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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

손 흔드는 아이들

by 한종호 2021. 6. 19.

사진/심승범



원주에 나갔다 집으로 돌아올 때면, 버스를 타고 저물녘 돌아올 때면 가끔씩 손 흔드는 아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아이들은 일찌감치 버스를 피하여 길 한쪽으로 비켜서선 손을 흔듭니다. 집에서 학교까진 몇 리나 되는지, 하나씩 둘씩 저녁놀 머리에 이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들이 손을 흔듭니다.


어깨에 둘러멘 책가방, 단발머리 여자 아이의 검고 티 없는 웃음, 아이들이 손을 흔들 때마다 같이 흔들어 줍니다. 잊지 않고 손을 흔들어주는 버스 기사분이 고맙습니다.


혹 차를 타고 어디를 간다 해도 차 창밖으로 손 흔드는 아이 만날 때면 모두가 꼭 손 흔들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인사를 누군가 받아 주었다는, 내가 손짓할 때 누군가 대답해 줬다는 작지만 소중한 경험을 어린 마음마다 심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불러도 대답 없다는 것, 그 차가운 인상이 어린마음에 자리 한다면 그는 그만큼 닫힌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겠기 때문입니다.


언제 어디서라도 내가 부르면 대답하는 이웃이 있다는 걸, 그 따뜻한 경험을 손 흔드는 어린 마음마다 곱게 심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손 흔드는 아이를 볼 때마다 모두들 손 흔들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활짝 웃으며 말입니다. 

-<얘기마을> 198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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