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7편 8, 9절
야훼여, 바른 판결을 내려주소서.
사람의 마음속, 뱃속을 헤쳐보시는 공정하신 하느님(《공동번역》)
但願睿哲主 鑑察我忠義(단원예절추 감찰아충의)
按照爾公平 報答我純粹(안조이공평 보답아순수)
꿰뚫어보시는 주님 제 진실함을 보소서
당신 공평 비추시어 제 결백함 알아주소서(《시편사색》, 오경웅)
시인의 기도가 부담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간절히 바른 판결을 원할 만큼 제 속마음이 깨끗하다고 감히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어리석고 제 깜냥을 헤아리지 못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꿰뚫어보시는 분 앞에서 감히 진실함을 주장할 만큼 뻔뻔하지는 못합니다. 늘 그렇듯 우리의 신앙은 이렇게 어정쩡한 자세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주님, 그럼에도 당신 앞에서 머무는 은총을 허락하시고 당신 앞에 무릎꿇는 끈기를 허락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 은총으로 인하여 헝클어진 제 마음속 어둠의 실마리들을 하나씩 끄집어내게 하시고, 끈기로 인하여 헝클어짐에 낙심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그래도 이 숨이 있는 동안 천천히 그러나 끈질기게 내어놓게 하십시오. 옛사람들의 결심처럼 일식상존(一息尙存), 마지막 숨이 붙어있기까지 그리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사도 바울 선생의 권면처럼 어떻게해서든지 저 자신에게 낙심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제게 낙심한다는 것 자체가 저를 믿는 행위이지 당신을 의지하는 행위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날마다 순간마다 꺼내놓기는 그저 내 헝클어진 어둠들뿐인데 점차 느끼고 누리기는 당신으로 채워지는 인생임을 알게 해주시고 시간이 가고 삶이 힘에 부칠수록 그걸 더 잘 맛보도록 해주십시오,
그래서 꿰뚫어보시는 분과 제 허물과 연약함 사이는 한없는 간격뿐이요, 저로서는 도무지 건널 수 없는 아득함인데, 당신께서 건너오시는 데는 한순간이요 지척임을 알게 하시고 이 모든 것이 당신의 은혜로 그리될 수 있음을 소망하게 해주십시오. 그러면 겸비의 은총도 받을 것이요, 당신을 신뢰하는 가운데 자유로운 동심의 영혼도 회복하겠지요. 정녕 그리되기까지 결코 저 자신을 믿는 어리석음을 범치 않게 해주십시오. 절망과 낙심의 지름길이 될 터이니 말입니다. 고맙습니다.
*우징숑(오경웅)의 《성영역의》를 우리말로 옮기고( 《시편사색》) 해설을 덧붙인 송대선 목사는 동양사상에 관심을 가지고 나름 귀동냥을 한다고 애쓰기도 하면서 중국에서 10여 년 밥을 얻어먹으면서 살았다. 기독교 영성을 풀이하면서 인용하는 어거스틴과 프란체스코, 데레사와 십자가의 성 요한 등의 서양 신학자와 신비가들 뿐만 아니라 『장자』와 『도덕경』, 『시경』과 『서경』, 유학의 사서와 『전습록』, 더 나아가 불경까지도 끌어들여 자신의 신앙의 용광로에 녹여낸 우징숑(오경웅)을 만나면서 기독교 신앙의 새로운 지평에 눈을 떴다. 특히 오경웅의 『성영역의』에 넘쳐나는 중국의 전고(典故와) 도연명과 이백, 두보, 소동파 등을 비롯한 수많은 문장가와 시인들의 명문과 시는 한없이 넓은 사유의 바다였다. 감리교신학대학 졸업 후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열린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제천과 대전, 강릉 등에서 목회하였고 선한 이끄심에 따라 10여 년 중국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누렸다. 귀국 후 영파교회에서 사역하였고 지금은 강릉에서 선한 길벗들과 꾸준하게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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