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떠난 큰형님의 장례를 치르고 온 반장님 댁을 방문했을 때, 반장님은 내게 넋두리를 했다. 반장님이 털어놓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참으로 오랫동안 병을 앓던 큰형님이 역시 앓아누운 형수님을 두고 먼저 이 땅을 떠났다. 어려서부터 형수님이 교회에 다녔기에 장례는 그 교회에서 맡아서 하기로 했다. 교회에 다니진 않지만 반장님은 형의 장례를 치러주는 교회의 모든 절차를 그대로 따랐다.
그런데 마지막 날. 아무래도 형을 그냥 보내기엔 뭔가 속이 텅 빈 듯한, 허전하기 그지없는, 나중엔 송구한 마음이 들어 반장님은 찬밥에 냉수 한 그릇이라도 떠놓고 절이라도 한 번 하고 싶었다. 그래야 맞지 싶었다. 그게 형을 먼저 보내드리는 동생의 도리라 여겨졌다.
그래서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러나 교회에서는 안 된다고 딱 잘라 거절했다. 어이없었지만 참고 다시 한 번 부탁했다. 아무도 없을 때 혼자서 하겠노라고, 금방 끝내겠노라고.
그래도 거절당했다. 그게 반장님의 가슴엔 멍으로 남았다. 응어리로 맺혔다. 내 형 내가 보내며 내가 절한다는데 그걸 막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옳은 일이었을까. 그게 믿음이었을까. 이야기 끝, 담배 한 대 깊숙이 피워 물며 덧붙인 한마디가 더욱 마음을 아프게 했다.
“단 하룻밤만이라도 밤샘을 같이 했으면 몰라요. 그저 하루에 한두 번 찾아와 노래나 몇 곡 부르고 가고서는”
-<얘기마을> 198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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