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 땐 거의 텅 비어 다니던 버스가 요즘은 만원이다. 일 쉴 때 다녀올 데 다녀오고자 하는 사람들로 때론 발 딛을 틈이 없을 정도다.
살림도구를 사러 나가는 이, 바쁜 일 때문에 미뤘던 병 치료 받으러 나가는 이, 멀리 사는 자식 네 다니러 가는 이, 시내바람이라도 쐴 겸 약주 한 잔 하러 가는 이들도 있다.
이래저래 원주를 자주 오가야 하는 나로선 때론 자리가 없고, 때론 자리에서 일어서야 하지만 그래도 붐비는 버스가 좋다.
아직도 농촌에 남은 사람들. 땅 끝에 남아 그 땅 지키는 사람들. 주름진 얼굴, 허름한 옷차림이라 하여도 그들이 고맙고 자랑스럽다. 위험한줄 알면서도 끝가지 진지를 사수하는 병사처럼 떳떳하고 당당하다.
웃음과 이야기로 생기 가득한 단강의 겨울 직행버스, 모처럼 사람 사는 마을이 된다.
-<얘기마을> 198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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