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원주 자유시장 앞을 지나다 자전거를 탄 청년을 본 적이 있는데, 자전거 뒤엔 리어카를 매달고 있었습니다.
청년은 연신 자전거를 빵빵거리며 자동차와 사람 붐비는 시장 길을 빠져 나가느라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청년의 모습은 내게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자전거만이라면 좀 더 쉽게 틈새를 빠져 나갈 수도 있고, 빨리 달릴 수도 있을 터이지만 뒤에 매단 리어카를 잊으면 안 됩니다. 빠져 나갈 수 있는 틈의 기준은 자전거가 아니라 리어카입니다.
자유란 그런 것입니다. 혼자만의 사색이나 행동이 아니라, 함께 사는 이들을 잊지 않는 것, 혼자만의 출구가 아니라 모두의 출구를 찾는 것 말입니다.
혼자라면 어디라도 자유로울 수 있지만 함께 사는 이들의 입장에 서는 것, 그들의 입장을 잊거나 버리지 않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유입니다.
리어카를 매달고 자전거를 탄 자유시장의 청년은 문득 자유의 의미 하나를 내게 가르쳐주었습니다.
-<얘기마을> 198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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