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가을 바람, 익어가는 강아지풀
한여름 무더웠던 마음까지 적셔주는 빗소리
돌담 위로 대문 위로 목련나무 위로
밤하늘로 오르려는 새하얀 박꽃
어둔 밤하늘에 드문드문 하얀 별
숨어서 우는 귀뚜라미 소리
들숨날숨
아, 살아있음
그리고 하늘과 이 땅에 펼쳐 놓으신
무수한 아름다움 차고도 넘쳐
눈을 어디서부터 두어야 할 지
무엇부터 담아야 할 지
매번 알지 못하여 순간 길을 잃을 때면
밖으로 향하던 시선을 거두어 눈을 감습니다
순간의 새로움으로 또다시 맞이하는
설레임과 흔들림으로 시작하는 오늘
새로운 오늘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은
새로운 마음 뿐임을 놓치지 않으려
오늘도 거져 주신 하루에 무엇으로 보답할 수 있을지
태초의 고민인 듯 거듭 새로이 생각하는 하루입니다
기뻐하는 오늘
감사하는 오늘
기도하는 오늘
제 작은 가슴에 일렁이는 이 아름다움들이 끊이지 않고
넘쳐 흘러 마르지 않는 기도의 강으로 흘러 처음으로
오늘은 내려주신 사랑이요
거저 받은 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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