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비운 밥그릇에
밥풀이 군데군데 붙어 있습니다
개미 백 마리가 모여서
잔치를 하고도 남겠네, 했더니
에이, 거짓말이라고 대꾸를 합니다
그러면서 얼른 자리를 뜨려고 합니다
쌀 한 톨이 되기까지
농부의 손길이 천 번도 더 간다, 했더니
못 이긴 척 숟가락을 들더니
박박박 긁으며 요란한 소리를 냅니다
소리는 안 내면서 깨끗이,라고 했더니
우리집에 키우는 강아지처럼 핥아먹습니다
속으로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다 비운 밥그릇을 보니 미안한 마음 한 톨 덜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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