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마음에 와 닿는 글을 만나면
연필로 밑줄을 그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건
언젠가 우연히 보게 될
뒷사람을 위한 밑줄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와 닿는 글을 만나도
밑줄을 긋지 못할 때가 있다
어쩌면 그건
만에 하나라도
뒷사람에게 아픔이 될까 봐
긋지 못한 밑줄은
내 안으로 펼쳐진 대지의 땅으로 닻을 내린다
한 줄기 뿌리처럼 수직으로 그은
내 영혼을 위한 투명한 밑줄
그렇게 마음 깊이 새기고 새긴 밑줄들은
언제 어디선가 새로운 길이 되리라는 믿음으로
주저앉으려는 날 붙드는
하늘이 내려준 동앗줄이 되리라는 소망으로
그리고 어느 날
내 안에서 익힌 진실이 과실처럼 영그는 날
오늘 닻을 내린 투명한 밑줄을 끌어올려
싱싱한 진리의 열매를 뒷사람과 함께 먹고 마시리라
'신동숙의 글밭 > 시노래 한 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는 길마다 한 점 숨으로 (0) | 2021.09.06 |
---|---|
늘 빈 곳 (0) | 2021.08.31 |
박잎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네 (0) | 2021.08.24 |
다 비운 밥그릇 (0) | 2021.08.23 |
ㄱ (0) | 2021.08.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