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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투명한 밑줄

by 한종호 2021. 8. 26.




책을 읽다가 
마음에 와 닿는 글을 만나면
연필로 밑줄을 그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건 
언젠가 우연히 보게 될 
뒷사람을 위한 밑줄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와 닿는 글을 만나도
밑줄을 긋지 못할 때가 있다

어쩌면 그건 
만에 하나라도 
뒷사람에게 아픔이 될까 봐 

긋지 못한 밑줄은
내 안으로 펼쳐진 대지의 땅으로 닻을 내린다

한 줄기 뿌리처럼 수직으로 그은
내 영혼을 위한 투명한 밑줄

그렇게 마음 깊이 새기고 새긴 밑줄들은 
언제 어디선가 새로운 길이 되리라는 믿음으로

주저앉으려는 날 붙드는
하늘이 내려준 동앗줄이 되리라는 소망으로

그리고 어느 날
내 안에서 익힌 진실이 과실처럼 영그는 날

오늘 닻을 내린 투명한 밑줄을 끌어올려
싱싱한 진리의 열매를 뒷사람과 함께 먹고 마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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