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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

공부와 일

by 한종호 2021. 9. 9.



도시의 학생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 ‘공부해라’라면, 시골 학생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은 ‘일해라’일 것이다.


학교에서 다녀와 책가방을 놓기가 무섭게 떨어지는 말이란 도시에서는 공부해라요 시골에서는 일해라는 것이다.


서울과 수원에서 교육전도사 생활을 하며 느꼈던 건 대개의 부모들이 신앙보다는 진학문제를 더 중시한다는 것이었다. 까짓 1,2년쯤 예배를 쉬더라도 공부만 열심히 하여 좋은 학교에 진학하면 되는 것이고, 그 후에 교회에 나가 안정된 위치에서 봉사하면 되지 않겠냐는 것이 대부분 부모들의 심리였다.


‘공부해라’라는 계속되는 말로 심어주는 것은 미래에 대한 꿈이 아니라 하나의 강박관념뿐이라고 하는 것을 미처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손이 늘 달리는 시골에서는 자연히 공부보다는 일에 대한 요구가 앞서게 마련이다.


공부에 대한 무관심, 그럴 수밖에 없는 여건을 대하면 마음이 아프다. 내일이 시험이라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곧바로 들에 나가 해가 저물도록 일을 해야 한다. 그런 현실 속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유지하려면 잠을 덜 자는 수밖엔 없는데 일을 해본 사람은 안다. 온몸 구석구석 배어들은 피곤함을 따라 밀물 물길 따라 들어오듯 꾸역꾸역 몰려오는 잠을 쫒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를. 


절반만큼이라도 섞였으면 참 좋겠다. 도시에서는 공부하라고만 하지 말고 일도 좀 하라 하고, 시골에서는 일하라고만 하지 말고 공부도 좀 하라고.

-<얘기마을> 198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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