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시 넘어 일어나 세수하면 그나마 눈이 밝습니다. 성경 몇 줄 읽곤 공책을 펼쳐 몇 줄 기도문을 적습니다.
머릿속 뱅뱅 맴돌 뿐 밖으로 내려면 어디론가 사라지고 마는 서툰 기도 몇 마디, 그것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한두 방울 물 받듯 적습니다.
그러기를 며칠, 그걸 모아야 한 번의 기도가 됩니다. 흐린 눈, 실수하지 않으려면 몇 번이고 읽어 익숙해져야 합니다.
그때마다 흐르는 눈물. 옆에서 자는 남편 놀라 깨기도 하고, 몇 번이고 눈물 거둬 달라 기도까지 했지만 써 놓은 기도 읽기만 해도 흐르는 눈물, 주체 못할 눈물.
실컷 울어 더 없을 것 같으면서도 기도문 꺼내들면 또 다시 목이 잠겨 눈물이 솟습니다. 안갑순 속장님의 기도는 늘 그렇게 준비됩니다. 다음 주 속장님 기도입니다, 알려드리면 한 주일은 그렇게 후딱 갑니다.
백발의 세월. 아픔 배인 삶, 아는 이, 아뢸 이 주님밖에 없어 그 앞에 입을 열면 말보다도 먼저 눈물이 솟습니다. 그게 기도입니다. 몇 마디 말 눈물 속 흐리고 말지만, 속장님에겐 눈물이 기도입니다.
-<얘기마을> 198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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