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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by 한종호 2021. 10. 14.


배 하나를 돌려 깎아서
네 식구가 좋게 나누느라

누나 접시에 세 쪽
동생 접시에 다섯 쪽

아빠 접시에 세 쪽
엄마는 입에 한 쪽

저녁 준비를 하느라
잠시 고개를 돌렸다 돌아 보니

아빠 접시에 두 쪽
누나 접시에 두 쪽

이상하다
누가 먹었지 했더니

저는 안 먹었어요
아들이 거짓말을 합니다

그러면서 
시치미를 뚝 땐 얼굴빛으로

증거 있어요?
CCTV 있어요?

엄마가 가만히 보면서
CCTV는 니 가슴에 있잖아

가슴에 손을 얹으면 
CCTV가 켜지니까

지금 바로
작동시켜봐 합니다

자기가 자기를 보고 있고
자기가 자기를 알고 있는데

그랬더니 
순순히

제가 먹었어요
바른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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