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실트실 튼 소맷자락
엉긴 나무 톱밥이 귀여워서
모른 척하며
슬쩍슬쩍 눈에 담았다
목수의 소맷자락은
찬바람에 코를 훔치지도 못하는 바보
트실트실 반 백 살이 되는
나무 문살 백 분을 떠안기며
돌아서는 저녁답에
톱밥 같은 눈물을 떨군다
아무리 눈가를 닦아내어도
아프지 않은 내 소맷자락이 미안해서
오늘 보았던
그리고 어릴 적 보았던
트실트실 흙과 풀을 매던 굽은 손들이
나무 껍질처럼 아름다워서
경주 남산 노을빛에 기대어
초저녁 설핏 찾아든 곤한 잠결에
마음에 엉긴 톱밥들을 하나 둘 헤아리다가
오늘도 하루가 영원의 강으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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