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지 않아도 안다. 이때쯤 도시의 모습이 어떠할지를. 어느 때보다 더욱 눈부시게 번쩍일 것이고, 신나는 캐럴은 인파만큼이나 거리마다 가득할 것이다. 예쁜 포장의 선물들이 사람들 손에 들려 있을 것이다.
빈들, 환영(幻影)처럼 서 있는 짚가리들. 무심한 참새 떼가 무심히 날고, 번번이 아니면서도 번번이 울어 혹시나 기대를 갖게 하는 뒷동산 까치들. 일 년 농사 마치고 모처럼 쉬는 소들. 일 때문에 모른 척, 아닌 척했던 병약함을 소일거리 삼아 맞는 사람들. 그렇게 겨울잠에 든 듯 조용한 마을.
2.000년 전 예루살렘과 베들레헴도 그러했던 거라면 이 계절, 오늘 이 땅에 전해질 기쁜 소식은 무엇인지. 그런 게 있기나 한 것인지.
-<얘기마을> 198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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