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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

끌개

by 한종호 2021. 12. 1.



벌써 며칠 째인지 모른다. 소를 끌고, 아스팔트 위를 왔다 갔다 한다. 소등엔 멍에가 얹혔고, 멍에엔 커다란 돌멩이가 얹힌 나무토막이 연결되어 있다. ‘끌개’를 끌며 소가 일을 배우는 중이다.


등 뒤 벅찬 무게를 견디며 소는 묵묵히 걸어간다. 일소가 되기 위해선 배워야 할 게 많다. 곧 돌아올 일철을 앞두고 열심히 일을 배운다.


일소가 되기 위해 등 뒤의 무게를 견디며 천천히 걷는 연습을 하는 소, 등짝이 까지도록 끌개를 끄는 소를 보는 마음이 숙연하다.


주어진 밭을 갈기 위해 끌어야 할 끌개가 내게도 있다. 쉽지 않은 무게를 견디며 많은 시간 끌개를 끌어야 한다. 이 밭에서 저 밭으로 제 멋대로 소가 뛰는 건 제대로 일을 배우지 않은 탓이다.


쉽게 마치려 하고 쉽게 벗으려 하는 내 끌개를 몇 날 며칠 끌개를 끄는 미련한 소는 말없이 질책하고 있다.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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