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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 하는 ‘안으로의 여행’

하나님을 촛불로 만들지 말라

by 한종호 2015. 4. 2.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13)

 

하나님을 촛불로 만들지 말라

 

 

여러분이 늘 여러분의 유익만을 구한다면,

여러분은 결코 하나님을 발견하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은 하나님만을 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도할 때 무엇을 구했던가? 하나님만을 구했던가? 아니면 나의 유익을 구했던가? 목사인 내가 더 큰 교회건물을 짓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면, 그것은 하나님을 구한 것인가, 나의 유익을 구한 것인가? 목사인 내가 병든 교우가 낫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면, 그것은 하나님을 구한 것인가, 나의 유익을 구한 것인가?

                          고은비 그림

 

 

우리의 길잡이 엑카르트는 우리에게 스스로 이런 물음에 직면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드리는 기도 속에 내 자신의 욕심을 감추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뜻을 묻고 헤아리기보다 내 뜻, 내 욕심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마치 하나님을 촛불로 만들어 찾듯이 행동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찾고 있던 무언가를 찾으면 촛불을 던져 버립니다. 여러분이 하나님을 부려서 무언가를 찾는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부려먹을’ 대상이 아닌데, 하나님을 부려먹을 대상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나님을 촛불로 만드는 사람, 하나님을 부려먹으려 하는 사람은, 아무리 그 입으로 하나님을 되뇌어도, 자기의 유익을 구하는 것이지 하나님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 하나님만을 구한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우리가 하나님 이외에 다른 것을 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님을 알아야 한다. 하나님 이외에 다른 것을 구하는 것은 ‘무’(無)를 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엑카르트는 하나님만이 ‘존재’이고 하나님 이외의 모든 피조물은 ‘무’(無)라고 한다.

 

피조물은 ‘존재’가 없다고, 있는 듯 보이는 피조물의 존재는 ‘하나님의 현존’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하나님이 피조물에게서 눈길을 거두어들이시기만 해도, 모든 피조물은 없어지고 만다고. 그러므로 우리가 언젠가 소멸할 ‘무’일 뿐인 피조물을 구하지 않을 때, 그것이 곧 하나님만을 구하는 것이 된다. 자기의 ‘유익’을 구하는 사람에게 하나님만을 구하는 것은 ‘무익’으로 여겨지겠지만, 자기를 여의고 하나님만을 구하는 사람은 하나님을 발견하는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고진하/시인, 한살림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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