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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마른잎 하나

by 한종호 2021. 11. 9.




하늘이 가을비를 내려주시는 날
나무가 가을잎을 내려주시는 날

모두가 내려앉는 저녁답
숲속 오솔길을 호젓이 걸어간다

모두가 내려앉는 이 가을날
내게도 미쳐 떨구지 못한 것이 무언가

상념의 가지끝에 매달려
허공을 간지럽히는 마른잎 하나

바람결에 비틀비틀 춤을 추다가 
쉰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다가

날숨으로 내려앉는 걸음과
들숨으로 오르는 걸음이

날숨으로 엎드리는 몸과
들숨으로 다시 일으키는 몸이

하늘의 숨과 땅의 숨이
날숨과 들숨으로

나란히 걸어가는 지상의 천국이
하늘의 뜻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그 사이 좋은 길로 
이 가을날 마른잎 하나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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