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쓰러운 건 어린 선아만이 아니었다. 근 한 달 반 동안 서울에 올라가 수술과 병원생활을 마치고 내려온 아주머니가 한쪽 눈 두툼한 안대를 댄 채 그동안의 얘기를 눈물로 할 때, 자리를 함께 한 모두의 마음은 안쓰러웠다.
아주머니가 눈물 흘릴 때마다 수건을 들고 그 앞에 서선 어쩔 줄 몰라 하는 어린 선아가 모두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엄숙한 자리이기도 했다.
신실한 불자로서 30년 동안이나 섬겨오던 불도를 떠나 하나님 품에 안기는 시간, 누구도 쉽게 생각 못했던 뜻밖의 변화에 첫 예배를 드리는 모두의 마음은 엄숙함으로 숙연하기까지 했다.
17년 동안 앓아오던 지병이 눈으로 도져 위험한 수술을 앞두게 되었을 때, 오직 하나님뿐이라는, 믿고 의지할 분은 하나님뿐이라는 사실을 아프게 깨닫게 되었고, 그것이 하나님께로 돌아서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안다. 아주머니 옆에 앉아 눈물로 예배를 드리는 한 손길. 그가 그동안 말없이 감내해온 사랑의 수고를. 흘러 흘러 바다에 닿는 강물처럼 찬마루 바닥에 흘렸을 남모를 기도의 눈물을. 결국은 기도의 응답. 드릴 건 감사뿐이었다.
사향으로 썼다는, 그동안 불심을 지켜주던 벽에 걸었던 액자를 모두 떼어내 불을 놓는다. 타오르는 불길. 그러나 이내 수그러들고 만다. 타 없어지는 것, 한줌 재로 남는 것, 그것뿐인 것을. 그래도 그것은 분명한 마침표, 새로운 시작을 위해선 필요한 일이었다.
다음날 아침 노모를 모시고 나온 온 가족은 예배당 앞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새해 들어 첫 번째 맞는 주일, 한해를 은총으로 여시는 주님의 배려가 고맙고 든든했다.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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