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부곡에는 커다란 저수지가 있다. 월암리와 입북리, 초평리를 끼고 펼쳐져 있는 저수지의 크기는 상당했다. 여름철의 수영과 낚시, 겨울철의 썰매와 스케이팅을 마음껏 즐길 만큼 저수지는 차라리 호수 쪽에 가까웠다.
저수지로 흘러가는 개울이 몇 개가 있었는데 그 개울마다엔 붕어, 미꾸라지, 구구락지, 빠가사리 등 고기들이 많았다.
특히 봄이 되어 첫 비가 많이 오는 날은 굉장한 날이 되곤 했다. 그때쯤이면 붕어가 알을 낳을 때, 첫 비가 오는 날은 알을 낳으려는 붕어가 그야말로 떼로 올라왔다.
그런 날은 그물이 필요 없었다. 그저 손으로 움키기만 해도 커다란 붕어들을 얼마든지 잡아낼 수 있었다, 두 손을 펴 물속에 집어넣고 조심스레 손을 좁혀 붕어를 잡는 맛이라니. 손 사이 붕어의 움직임이 아무리 날래더라도 우리들의 손에서 붕어는 빠져나가질 못했다. 손에 잡힐 때의 붕어의 힘찬 기운이 아직도 손끝에 남아 있다.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멀리서 그물 가지고 온 어른들은 감탄하며 쳐다보았다. 그물로도 잘 잡을 수 없는 붕어를 아이들이 맨손으로 잡아 올리니, 혀를 내두를 만도 했을 것이다. 그런 어른들을 보면 괜히 신이 나기도 했고 언젠가는 값을 받고 잡은 고기를 팔아본 적도 있다.
내가 모르는 방법을 다른 이가 가지고 있을 때가 있다. 어른이 그물로도 잡을 수 없던 붕어를 어린 우리들이 맨손으로 잡았다.
인정하면 살고 싶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저만의 방법을.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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