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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자리> 출간 책 서평

김기석 따라 시편 읽으며 히브리 시에 익숙해져 보기

by 한종호 2022. 3. 14.

 
 

김기석의 시편산책

 

이것은 김기석의 시편 설교 모음이다. 운 좋게도 이 책을 손에 넣게 되었다면 우선 초판 서문 시편 세계에 잠기다를 먼저 읽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시편이 어떤 책인지 슬쩍 궁금해지면서, 시편을 한두 편이라도 빨리 읽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아직 본문으로 들어가지 말고, 개정판 서문 삶의 다른 층위를 바라보는 일을 마저 읽기를 바란다. 시편을 왜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읽어야 할지, 시편의 시인들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할지, 어렴풋이나마 어떤 기대나 흥미가 생길 것이다. 이쯤 되면, 독자는 비로소 차례에 적힌 대로, 70여 꼭지의 글을 읽으면 된다. 

 

또 설교 들으라고?

 

그러나 주의해야 한다. 이 책의 골갱이는 많은 독자가 싫어할 수도 있는 설교. 그것도 70여 편이나! 저자는 밝힌다. “이 책은 신앙공동체 안에서 선포된 시편 설교를 모은 것”(17)이라고. 그가 섬기는 청파교회에서 행한 설교라고.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김기석이 인도하는 성경공부나 그가 선포하는 설교가 어떠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기에 크게 걱정이 되진 않는다. 오히려, 독자는 좀 자유로울 수 있다. 70여 꼭지에 이르는 시편 산책 설교를, 이 책의 편집 순서를 따라 차례대로 읽을 수도 있고, 차례의 각 제목을 훑으면서 땡기는 대로 골라가며 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색인 작업 하나

 

달리, 독자들은, 시편의 순서를 따라, 저자를 안내자로 데리고 다니면서 [저자를 따라다니거나 모시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저자와 함께 시편의 세계를 구석구석 산책할 수도 있다. 이것을 좀 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독자 자신이 간단한 색인 작업 한 둘을 해야 한다. 엑셀을 사용하거나 수작업으로 할 수도 있다. A4 용지 한 장에 시편 전체 150편의 고유 장 번호를 차례로 적고, 그 옆에 각 시편이 다루어진 시편 산책 70여 꼭지의 첫 페이지 번호를 적어 넣는다. 독자는 때로 자기가 관심을 가진 시편 어느 편, 어느 구절이 [이 책 어디에선가 다루어졌다면] 그것이 이 책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보려 할 때 이런 종류의 색인표는 퍽 유용하다. 이 책의 효과적 활용을 위해, 정확하게 73꼭지 시편 설교의 차례를 따라 각 꼭지가 시편 몇 편 몇 절을 설교의 기초 본문으로 삼았는지를 밝히는 색인 하나를 더 만들어 사용할 수도 있다.

 

혼자서도 시편 세계 산책할 수 있어

 

시편 산책, 73꼭지에서 다룬 시편은 시편의 순서를 따르지 않는다. 그 뿐만 아니라 저자가 시편 일백오십 편을 모두 시편 산책에 올린 것도 아니다. 시편 안에서 예순세 편만 골라서 산책에 올렸다. 그 예순세 편마저도 각 편의 절 전체를 다 인용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선택한다. 그러나 이 정도의 안내를 받아 산책하고 나면, 시편의 나머지 부분은 이제 혼자서도 산책이 가능할 만큼, 은연중 히브리 시에 익숙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주석과 설교 사이의 왕래

 

나는 시편을 감상하거나 공부할 때마다, 일차적으로 주석가들의 작업을 먼저 살피기는 하지만, 해설가들의 시편 본문 해설, 특히 설교자들의 시편 응용과 해석, 기독교 시인들의 작품에 반영된 시편 살피기를 또한 게을리하지 않는다. 설교자들은 주석을 보고 인용도 하지만, 주석가들이 설교자들의 시편 해석을 살피거나 설교를 인용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주석가들은 늘 학문의 세계에 갇혀있어서 그들의 학술적 논의는 일반 독자와 시편 본문과의 거리를 멀어지게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주석을 충분히 활용하는 설교자들은 늘 청중과 독자 가까이에 있어서 그러한 설교자들의 시편 조명은 한국어 독자와 히브리 시인의 거리를 가깝게 하고, 시편 본문과 독자 사이의 소통도 역동적으로 만든다. 김기석의 하늘에 닿은 사랑 -김기석의 시편 산책을 가지고, 그를 따라, 그와 더불어 시편의 세계를 산책하다 보면, 히브리 시에 익숙해질 뿐 아니라, 시인과의 소통으로,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찬양과 감사와 탄식과 예배와 기도도 함께 성숙해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산책하는 동안 만나는 동서고금의 인물들

 

시편 산책은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진 시편의 세계를 탐구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의 독자들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땅을 거닐고, 거기에 살면서 시편을 만난다. 그러기에 저자는 독자가 처한 현실을 예리하게 관찰한다. 저자의 그러한 작업이 저자 자신의 주관적 편견이 아님을 밝히는 여러 증인이 함께 등장한다. 그 증인들은 동서고금의 시인들과 학자들, 비평가들, 사상가들이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의외로 많은 인물을 저자에게서 소개받는 호강을 누린다. 저자의 폭넓은 독서의 결실을 독자가 함께 나누는 것은, 독자로서는 기대하지 않았던 수확이다. 더 나아가 저자는 증인들의 글을 그대로 인용하여 독자를 설득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것을 새롭게 해석하여 우리 문제 해결에 능숙하게 적용하기 때문에 그의 글을 읽는 독자는 성경의 신비한 세계에 깊이 빠지는 감동을 체험한다.

 
 
 

예수 전승과 결합하는 시편 조명

 

이런 과정을 거쳐 시편 본문이 시공의 차이를 넘어 우리 앞에 육성으로 들려 온다. 시편 시인의 신앙이, 한 편으로는, 오랜 신앙 전승의 결정(結晶)이고, 다른 한 편으로는, 후대에 쓰인 신약성서에서 예수 전승과 결합하면서 재해석되는 고백이기 때문에, 우리의 저자는 그와 함께 산책하는 시편 독자에게 군데군데 예수의 빛에 비추어진 시편의 확대된 의미를 환하게 조명해주기까지 한다. 이런 역작이 현학적이지 않아 읽는 재미하며 우리의 문해력까지 한껏 키워줄 것이다.

 

 

민영진/전 대한성서공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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