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올 한 해
나는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운가?
하늘에 먹구름이 자욱한
계묘년의 마지막 날
한결 가벼워진
나의 얼굴을 묵상한다
문득 연한 눈썹이 부끄러워
덫칠을 하기 시작한 스무 살
낮동안엔 얼굴이 간지러워도
무심코 손이 갈 수 없었던 성역
어린 날 뜬금없이 생겨난
미명의 수줍음을 한 겹 가려주던
그 두 줄기의 선
그 한 겹의 다크 그레이 펜슬 자욱
그 한 꺼풀의 성벽을 허물기까지
스무 이레가 걸렸다
올 한 해 자유로이
나의 얼굴을 웃게 한 건
아이들이 쓰다 남긴 스킨 서너 방울과
온 가족의 바디로션 두세 방울
양 눈썹으로부터
자유를 얻은
개운한
나의 하늘에
해처럼 떠오르는
법정 스님의 찻잔을 든 손
마른 가지 끝에 꽃을 피운
스님의 거칠고 야윈 손마디 같은
하늘을 우러러
툭 터진 꽃자리
스스로 툭 깨친
마른 가지처럼
스치우는 겨울바람 손결에
오늘도 내 손이 아름답게 야위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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