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에게 설교자의 길은 한마디로 넓은 길이 아니라 좁은 길을 가는 이의 발걸음이다. 그러기에 그의 설교는 오늘날 한국사 회와 지구촌이 겪고 있는 고통을 마주하며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며 어떤 자세로 실천의 길에 들어설 것인지 일깨우고 있다. 예수를 따 르는 이의 순결한 마음과 진지한 성찰, 그리고 의로움을 저버리지 않는 외로운 결연함이 스며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김기석 목사의 설교는 대다수 교회의 대중들에 게 사실상 환영받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그 일의 윤리적 평가는 도외시한 채 만사에 축복을 기대하고, 자기 욕심을 꿈으로 치장하며 예수라는 이름을 동원해서 욕망의 충족과 출세로 치닫도록 유혹하고 있는 교회들의 세뇌에 길들여진 마음이 이런 설교를 반기는 것은 쉽지 않다. 그저 기도하고 할렐루야만 외치면 만사형통이거나, 또는 목사의 권위에 머리를 숙이고 순종하는 것이 곧 신실한 믿음인 것처럼 다그치고 그리 생각하도록 만들고 있는 곳에서 김기석 목사의 설교는 어쩌면 몸에 박힌 가시일지도 모르겠다.
가난하고 억눌린 이들의 현실을 주시하고, 이들의 삶을 괴롭게 하고 있는 권력과 현실의 힘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며 바로 그것이 예수의 마음 임을 일깨우는 그의 설교는 그런 의미에서 한국교회에 깊숙이 박혀 있는 가시다. 그러나 그 가시는 진정 무엇 때문에 아파해야 하며, 무엇 때문에 눈물 흘려야 하며, 무엇 때문에 기도하고, 무엇 때문에 사랑해야 하는지 일깨우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와 닿는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 더욱 난무하면서 대중들을 현혹하고 있는 저열한 입담들과는 달리, 그의 설교는 시종일관 진지하다. 하지만 그 진지함은 지루하거나 구태의연하지 않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그의 설교가 갖는 성실함의 무게와, 성서해석의 진실성, 그리고 현실에 대한 가슴 아픔이 깊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아파하는 자와 함께 아파하며, 웃는 자와 함께 웃는 마음이 곧 하나님의 마음이고, 억울한 고통에 시달려 우는 자의 눈물을 닦아주며 그들을 일으켜 세워주는 것이 다름 아닌 복음의 진정한 역할이다. 그런 까닭에 김기석 목사의 설교를 읽으면 우리가 서슴없이 직면해야 할 현실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현실과 외롭게 쟁투하고 있는 사람들과 우리가 어떻게 함께 해야 할 것인지 분명해진다. 하나님에게서 온 생각과 사탄에게서 온 생각의 차이는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을 지켜내는가 아닌가에 있다. 그 결과는 ‘함께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욕망을 독점적으로 누리려 하는가’로 갈라진다. 그것은 생명과 죽음의 대립이며 평화와 전쟁의 대결이고 사랑과 적대의 대치가 된다. 이렇게 김기석 목사는 단순하고 명쾌한 눈길로 하나님의 길을 드러내면서, 하나님의 이름으로 사실은 사탄의 생각을 불어놓고 있는 무수한 종교, 이데올로기, 정치, 문화, 사회의 진상을 폭로하고 있다.
이는 예언자적 설교이자 오늘의 현실에 대해 침묵하지 않고 예수의 길을 일깨우는 명징한 목소리다. 그의 이러한 설교는 앞서도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한국교회의 강단에서는 사실 이단자에 속한다. 그의 설교는 ‘정치적이다, 인본주의다, 다원주의다’라는 식의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본래 성서의 복음이 하나님 나라의 다스림에 대한 증언이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하나님의 보증을 확인하는 것이며, 온 우주의 생명체가 가진 다채로움만큼이나 인간의 생각과 존재의 모습에 대한 존중을 담고 있음을 모르는 소치다. 그러하기에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선포한다면서 사탄의 욕망을 가르치고, 인간의 존엄성보다는 인간의 굴종을 유도하고 다채로운 생명의 아름다움보다는 단색의 획일주의를 내세운다.
이는 교회가 도리어 하나님 나라를 가난하게 만들고 파괴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무변광대한 하나님의 넓고 깊은 마음보다는 독선과 교리적 위선으로 악을 정당화하는 쪽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 그 안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바로 그런 현실 앞에서 김기석 목사는 예수께서 가신 길을 따르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바위에 망치를 내리치듯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나사렛 예수께서도 이미 당대의 이단자로서 현실의 교회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예언자적 육성을 낸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이 예언자적 육성은 기본적으로 기존의 질서에서 쫓겨나 고 밀려난 자의 삶과 맞닿아 있다. 그건 달리 말해, 독선과 교리에 말씀 등불 밝히고 묶여 있는 사람들이 밀어내어버린 존재들과 하나가 되어 하나님의 육성을 내는 소리다.
《말씀 등불 밝히고》 중에서
한종호/꽃자리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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