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는 「절대 신뢰」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인간의 비열한 욕망을 감싸주는 망토 역할을 하는 아모스의 예언을 이렇게 인용하고 있다.
“나는 너희가 벌이는 절기 행사들이 싫다. 역겹다. 너희가 성회로 모여도 도무지 기쁘지 않다. 너희가 나에게 번제물이나 곡식제물을 바친다고 해도 내가 그 제물을 받지 않겠다. 너희가 화목제로 바치는 살진 짐승도 거들떠보지 않겠다. 시끄러운 너의 노랫소리를 나의 앞에서 집어치워라! 너의 거문고 소리도 나는 듣지 않겠다. 너희는 다만 공의가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가 마르지 않는 강처럼 흐르게 하여라.”
그리하여 그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이렇게 비판한다.
“오늘의 한국교회는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개혁의 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소외된 이들의 음성이 되기보다는 기득권자들의 입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목회자들이 거칠거칠한 복음을 사람의 기호에 따라 부드럽고 세련되게 갈아내어 제공합니다. 완악하고 거짓된 삶을 깨는 쇠망치여야 할 말씀이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신제품으로 둔갑한 채 팔리고 있습니다. 선포되는 말씀이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욕망을 부풀리고 있습니다. 너희는 만민의 기도하는 집을 강도의 굴혈로 바꾸었다고 책망하신 주님의 피끓는 음성이 들려오는 듯 합니다. 예수정신이 사라진 교회는 짓다만 건물처럼 괴기스럽게 보입니다.“
바로 그러한 한국교회는 극우의 선봉에 서서 나라를 혼란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가고 있으니 이미 “예수 없는 예수교회”가 아닌가? 그리하여 김기석 목사는 탄식하고 애통해 한다. 그러나 이 탄식과 애통함이 바로 말씀의 뜻을 바로 새기는 힘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한국교회가 잘 나가고 있다고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용산참사 당시 침묵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모습과는 달리, 그는 이 참사에 대해서도 발언하고 있다. 예수께서 가신 길을 따르지 않는 한국교회와는 다른 길을 걷는 그의 모습이 주목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이 사건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가지고 왈가왈부 하고 있습니다. 서 있는 자리에 따라 판단도 달라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판단을 내리기에 앞서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려야 합니다. 주님이시라면 삶의 벼랑으로 내몰린 사람들, 그리고 희생자들의 입장에서 이 사태를 바라보실 것이 분명합니다. 가난한 이들의 폭력도 문제지만, 그보다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공권력자의 폭력은 더 큰 문제입니다.… 개발주의의 악령은 인간세상을 전쟁터로 만듭니다. 주님은 이런 세상을 사랑과 섬김과 우애로 넘치는 곳으로 바꾸라고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생명에 대한 소명을 철저하게 인식하는 것, 그것이 다름 아닌 교회가 갈 길이라고 외치는 그의 육성은 설교 곳곳에 스며 있다. 이는 어쩌면 이미 세상의 대세를 쥐고 있는 질서에 대한 역습과 전복(顚覆)이 된다.
《말씀 등불 밝히고》 중에서
한종호/꽃자리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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