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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호의 '너른마당'/설교비평 모음

탁류가 넘치는 강을 뚫고 솟아오르는 맑은 샘물

by 한종호 2025. 3. 11.

 

「겨자씨처럼」이라는 설교는  오늘날, 힘없이 현실의 위력에 무너지고 있는 이들에게 무한한 용기와 격려가 된다. 그는 “백향목 세상의 전복”이라는 개념을 통해, “겨자씨의 미래”를 꿈 꾼다.

 

“백향목 세상은 몇몇 특권적인 사람에게만 천국이고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지옥인 세상입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이 그런 세상에 눈뜨기 원하셨습니다.… 지배와 피지배가 아니라 모두가 저마다의 삶의 몫을 살아내는 세상을 꿈꾸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척박한 땅에서도 억센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겨자씨의 예를 들고 계십니다. 예수님이 가르치시는 하나님 나라는 잘난 사람들만 들어가는 곳이 아닙니다. 그곳은 잡초와 같은 사람들이 열어가는 현재 시제의 나라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해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겨자씨는 번식력이 강하고 토양을 망가 뜨리기 때문에 자기 밭이나 정원에 그것을 가져다가 심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예수님은 겨자씨가 저절로 퍼지는 것이라 하지 않으시고, 누군가가 심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나라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의도적인 수고와 땀 흘림을 통해 오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보기 좋고 강하고 큰 것들이 주름잡고 있는 이 세상에 서 남들이 보기에는 잡초처럼 여겨지는 이들의 가슴에 하나님 나라 가 들어차면 세상은 뒤집어진다는 것이다. 희망이 없다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그대로 주저앉거나 스스로를 초라하다고 여기지 말고 이제로부터 시작하면 된다는 것이다.

 

김기석 목사의 설교를 읽고 있으면 복음의 본래 가치가 회복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오염되지 않고 맑고 경건한 울림으로 이 세상 을 일깨우는 목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복음을 빙자하여 현실에 눈감게 만들고 욕망의 노예 또는 포로가 되게 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무수한 강단이 부르짖고 있는 지점과 전혀 다른 곳을 바라보게 한다. 그 눈길이 달라지면서 우리는 복음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혁명적 전복성이 뚜렷해지는 것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김기석 목 사의 설교는 그래서 고사위기에 처한 한국교회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빛과 소금이 되게 하는 말씀의 전범(典範)이 될 만하다. 그건 탁류 가 넘치는 강을 뚫고 솟아오르는 맑은 샘물줄기와 같다.

 

김기석 목사는 ‘바람 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자’가 아니라, 역사의 한복판으로 가자고 이끈다. 그러면서 절망하지 않는 믿음의 헌신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그래도 나는 씨를 뿌린다”의 한 대목이다. 농부가 이곳저곳에 뿌린 씨앗의 운명에 대한 비유와 관련 된 이야기다.

 

“씨앗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라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삶이 제아무리 곤고하고, 역사가 제아무리 척박해도 모든 사람들이 사람다운 대접을 받고, 모든 피조물이 창조주 하나님의 은총을 노래하며 살기를 바라는 주님의 꿈은 그저 스러질 수 없습니다. 오늘 우리가 외치는 음성이 메아리조차 없이 흩어지는 것 같을지라도, 하나님의 뜻을 이길 힘은 세상에 없습니다. 하늘은 때때로 폭우를 쏟아서 가던 길을 멈추게 하기도 하고 다리를 끊어 되돌아가게도 합니다. 그래도 나는 씨를 뿌리렵니다. 지향이 분명하다면 우리는 견뎌낼 수 있습니다. 압도적인 힘으로 세상을 호령했던 로마 제국은 사라졌지만, 사랑의 힘으로 폭력에 맞섰던 예수의 꿈은 여전히 스러지지 않았습니다.… 주님은 우리를 씨 뿌리는 자로 부르십니다. 오늘도 내일도 이 부름에 응답하여 살아가십시오.”

 

바람 부는 날에도 밭에 나가고 구름이 낀 날에도 들판에 나간다. 그것이 예수를 따르는 이의 갈 길이다. 이 암담하고 답답한 시대의 거리에서 바람 한 점 불지 않고 온통 열기에 지쳐가는가 했더니, 복음의 멋진 바람이 분다. 오롯이 자신의 삶에서 우러나오는 김기석 목사의 말과 글은 그렇게 우리의 삶에 새로운 용기와 기력을 부어 줄 것이다. 물론, 그것이 김기석 목사의 헌신과 능력의 소산이겠지 만, 그건 무엇보다도 그를 통해 이 세상에 들려주고 싶으신 하나님 의 마음이 그득 담긴 말씀이기에 그렇다. 가난하고 굶주려가는 세 상에서 영혼의 떡이 되는 말씀을 만나니 이토록 기쁘다.

 

말씀 등불 밝히고》 중에서

 

한종호/꽃자리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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