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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자리> 출간 책 서평

헨델의 음악 세계와 생애에 대한 통찰

by 한종호 2026. 5. 15.

헨델은 우리가 음악의 어머니라는 알 수 없는 표현으로 인식해왔고, 동시대의 바흐가 가진 위대함과 인기에 밀려서 때로는 잊힌 작곡가가 되었습니다. 헨델의 이름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메시아라는 연중행사로 겨우 우리의 망각을 깨우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그의 시대에 바흐가 독일 한 지방의 작곡가였다면, 헨델은 온 유럽을 휩쓸던 슈퍼스타였습니다. 그는 특히 많은 오라토리오와 오페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부유했으며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작품만 올리는 전용 극장을 가진 최초의 작곡가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겉모습일 뿐, 헨델의 삶은 참으로 진실하고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는 메시아의 모든 수익을 자선병원으로 보냈으며, 세상을 떠날 때 자신의 재산을 주변의 하인과 과부 등 빈곤한 사람들에게 모두 나눠주었습니다.

 

 

헨델의 음악은 무척 아름답지만, 내용은 더욱 위대합니다. 그것은 신을 찬미하는 것을 넘어서 인간 세상의 부조리를 폭로하고 소외된 약자들을 어루만지는 것이었으니, 종교적 작품이나 세속적 작품을 가리지 않고 그러합니다. 하지만 그간 현란한 무대와 화려하고 장식적인 음악으로 가려져 우리는 그의 진심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헨델의 빼어난 음악 세계와 위대한 생애에 관하여 제대로 된 통찰력 있는 서적이 없는 현실을 저는 안타까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나온 지강유철 선생의 책은 놀라운 작업입니다.

 

헨델 극장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헨델과 지강유철이라는 두 사람의 이름을 함께 떠올렸습니다. 두 사람은 음악이라는 분야에서 또 지상의 세계에서 저에게는 이름만 들어도 존경과 안타까움의 감정이 교차하는, 그러면서 제 몸 구석의 잊었던 꿈과 소망이 울컥하며 올라오게 하는 분들입니다.

 

테오도라를 쓸 때 헨델이 나는 이 작품이 실패할 줄 알면서도 썼다는 말이 책 속에 나옵니다. 그 문장에서 저는 고개를 들고 읽기를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고의 가치를 추구해야 할 음악계에서도 흥행을 염두에 두고, 진실한 정신을 담아야 할 출판계에서도 수지타산을 먼저 생각하는 풍토에서, 헨델에 비견할 굳은 정신으로 많은 눈물과 땀이 함께 했을 이 책은 또 한 번 저를 깨우치는 망치가 되었습니다.

 

드물게 음악과 신학과 저술의 세 분야에서 모두 경지를 이룬 지강유철 선생의 이 저작은 세 분야의 독자들이 모두 스스로 뒤돌아보게 할 업적입니다. 이 작업이 얼마나 많은 연구와 인고와 간구 속에서 이루어졌을지 짐작하기에, 이런 귀한 내용을 쉽게 읽을 수 있음이 송구해지는 아침입니다.

 

박종호/풍월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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