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강유철의 음악정담(18)
오디오에 입문하려는 J에게
J에게.이제야 답을 씁니다. 바쁘기도 했지만 말을 꺼내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새 제품을 추천할 수 있다면 모델명과 믿고 살만 한 전문 매장을 소개해 주면 그만일 테지요. 그러나 J의 호주머니 사정이 저와 별반 다르지 않기에 어떻게든 가격을 다운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다보니 생각이 많았습니다. 중고 오디오를 판매하는 오디오 전문 매장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사기를 당할 가능성을 아주 배제할 순 없지만 오디오 장터 구매를 추천하는 편이기에 답을 머뭇거렸습니다.
왜냐하면 비용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J에게는 그게 쉽지 않았습니다. J가 이번 오디오 마련을 위해 얼마를 마련했다고 알려줬다면 조금 수월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J 역시 이쪽 경험이 없다보니 얼마의 비용이 언제 필요한지를 몰라서 말을 꺼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해합니다.
인터넷을 통한 오디오 장터 거래라는 것은 속성상 내가 찾는 제품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뻔질나게 오디오 사이트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사람들이 소위 명기라 부르는 기기들은 올라오기가 무섭게 거래가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언제든 결제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꽤 여러 문제들이 해결됩니다.
J처럼 누군가가 거래를 도와야 할 경우는 좀 복잡합니다. 적당한 물건이 나타나면 연락을 해서 돈이 얼마가 준비되어 있느냐 물어야 하고, 그걸 받아서 입금을 해야 합니다. 거래가 성사되었더라도 인터넷 장터거래가 영수증 처리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거래한 인터넷 사이트를 알려주거나 이체 내역을 보내줘야 합니다.
인터넷 장터 거래 경험이 없는 J에게 사야할 제품과 판매자 연락처만 덜렁 알려주고 거래하라고 할 순 테니 말입니다. 인터넷 장터 거래에서는 사기 당하지 않는 노하우와 제품의 상태나 문제가 생겼을 경우 처리 경험이 꼭 필요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돈 이야기가 필수인데 우리 사이에 그게 참 그렇습니다.
제대로 오디오를 갖춰 음악을 들으려면 스피커와 앰프와 소스 기기, 즉 CD플레이어(나 DVD플레이어)가 필요합니다. 만약 J가 FM 방송을 통해 음악을 즐겨 듣는 경우라면 튜너를 따로 장만하거나 앰프를 리시버로, 즉 앰프 기능과 튜너 기능을 동시에 갖춘 복합기를 장만해야 합니다.
2000년대 중반에 돌풍을 일으켰던 오라노트. 튜너와 시디피와 앰프를 겸한 모델이다. 디자인 수려하고 기능 다양하고 소리까지 좋지만 200만 원대 가격이었다. 현재는 업그레이드된 오라노트 프리미어가 판매되고 있다.
음악을 제대로 들으려면 스피커와 앰프와 소스 기기 일체형, 즉 포터블 오디오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일체형도 뛰어난 음질을 자랑하는 경우가 왜 없겠습니까만, 일체형 오디오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10여 년 전에 오디오 마니아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오라 노트’란 제품은 사이즈도 앙증맞고, 디자인도 빼어납니다. 소리 또한 훌륭합니다. 지금도 업그레이드 버전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 제품을 구매할 경우 ‘오라 노트’는 스피커를 제외하고 200만 원이 넘습니다. ‘오라 노트’와 연결하려면 최소 100만 원은 주어야 격이 맞는 스피커를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제품을 J에게 어떻게 추천하겠습니까.
그래서 스피커와 앰프와 소스 기기를 따로 사야한다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막상 실행하려면 이게 만만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오디오에도 궁합이라는 게 있어서, 아니 궁합이 절대적이어서 서로 맞지 않은 스피커와 앰프를 연결하면 500만 원을 주고 샀음에도 100만 원을 투자한 오디오보다 못한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오디오를 잘 모르는 분들은 어떻게 500만 원짜리가 100만 원짜리 보다 못할 수 있느냐, 과장이 심하지 않느냐 그러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주변에 오디오 마니아들을 붙잡고 물어보면 대다수가 이 점에 동의한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오디오 세계에선 그게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빈번합니다. 그래서 오디오 세계는 알수록 신비하답니다.
오디오를 고를 때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음악을 듣게 될 공간입니다. 가령 층간 소음이 많은 곳에 세팅할 것이라면 굳이 출력이 강하고 비싼 오디오가 필요 없습니다. 그 오디오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볼륨을 결코 올릴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40-50평 이상 규모의 집에 살면서 싼 맛에 혹해서 출력이 약한 시스템을 골랐다가는 그 역시 낭패를 볼 것입니다. 공간이 넓어지면 그만큼 출력이 강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비용이 상승합니다. 오디오는 경제력을 고려하는 만큼이나 집의 규모, 음악을 듣는 시간, 음악을 듣는 장소 등을 반드시 고려해야 가격성능 대비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오디오는 출력뿐 아니라 어떤 나라에서 만들어진 것이냐에 따라 소리 성향이 많이 다릅니다. 아메리카 사운드에 익숙한 사람에게 브리티시 사운드는 영 답답하고 어둡습니다. 오디오 사운드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출신 지역뿐만이 아닙니다. 남성 넥타이나 여성 스커트 길이가 시대와 유행에 따라 넓이와 길이와 패션이 달라지듯 오디오도 시대마다 지역마다 특징적인 사운드가 있습니다. 그래서 대체적으로는 지역과 시대가 다른 제품으로 오디오를 구성하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만약 스피커를 1960년대 생산 모델로 장만하고 앰프를 2000년대 것으로 마련하여 연결을 했다가는 스피커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50-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출력이 낮은 앰프가 대세였기 때문에 그 점을 고려한 스피커를 제작했습니다. 때문에 과학의 발달로, 즉 진공관을 대체한 트랜지스터의 출현으로 앰프의 힘이 장사가 된 현대 앰프와 힘이 약한 60년대 스피커를 연결했다가는 돈만 버릴 수 있습니다.
스피커는 빈티지로 갈수록 사이즈가 엄청나다. 그러나 빈티지는 앰프의 강한 출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트랜지스터가 발명되기 전까지 앰프가 높은 출력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이앤드 스피커들 중에는 북셀프형이 많은데 사이즈가 아주 작다. 그러나 이런 스피커는 매우 강한 출력을 낼 수 있는 앰프가 아니면 무용지물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빈티지 진공관 앰프에 최근에 만들어진 음압이 낮은 스피커를 연결하면 조금 과장하여 모기 소리만할 것입니다. 그리고 오디오는 기본적으로 전기를 이용해서 소리를 냅니다. 때문에 오디오를 설치할 공간의 전기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습니다. 고가의 제품으로 갈수록 일정한 전압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오디오를 제대로 하려면 너무 많은 변수를 해결해야 합니다. 기계에 능하고 모험심이 발달한 사람에겐 이 과정을 하나하나 익히고 배워나가는 것에 매력을 느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실제로 오디오를 사서 뜯어보고 수리를 하는 정도로도 모자라 스스로 오디오를 만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기계나 전기를 다루는데 서툰 사람은 이 과정에 지레 겁을 먹고 오디오 장만을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끝이 아닙니다. 오디오를 시작하기 전엔 오디오만 장만하면 다 끝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음원, 즉 CD나 DVD(나 블루레이)를 구하는 문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음악을 본격적으로 듣는 시간이 길어졌을 때 뒤를 돌아보면 오디오를 갖추는데 든 비용보다 음원 구입비로 더 많은 투자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날이 반드시 옵니다. 방송인 황인용 씨나 시인이면서 열혈 오디오 마니아인 김갑수 씨 같은 경우는 오디오가 워낙 고가여서 그렇지 않겠지만 말입니다.
사실 듣고 싶은 음원을 제때 구하는 것도 대단한 실력입니다. 음원 문제는 단순히 비용만많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내가 원하는 음원을 그때그때 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배워야 합니다. 주변에 오디오 마니아가 있다면 별 문제가 없겠으나, 만약 그렇지 않다면 먼 훗날에는 처치 곤란한 음원을 긁어모으는데 귀중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머리를 쥐어뜯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서재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은 J에게는 ‘헤드 파이’를 권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가격대비 성능’ 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헤드 파이’를 권하는 두 번째 이유는 헤드폰과 헤드폰 앰프 단 두 개의 기기로 본격적 음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헤드 파이’는 헤드폰으로 음악을 즐기는 것을 말하는 전문 용어입니다. 헤드폰만 있다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소스 기기가 필요합니다. 물론 오디오를 장만해놓고도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을 수는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헤드폰을 제대로 들으려면 또 다른 장비가 필요합니다. 헤드폰 앰프가 필요한 것이지요. 물론 2-3만 원짜리 이어폰이나 4-5만 원짜리 헤드폰이라면 굳이 헤드폰 앰프가 필요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전문 용어로 헤드폰의 임피던스가 60오옴(Ω) 이상이면 헤드폰 앰프를 써야 합니다. 오디오 대용으로 ‘헤드 파이’를 선택한 경우라면 60오옴 이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헤드폰 앰프 마련은 필수입니다.
자기 오디오가 없다면, 즉 컴퓨터에 헤드폰을 꽂고 사용하는 경우라면 DAC(digital analog converter, 디지털 아날로그 변환기)라는 기기가 필요합니다. 일반 컴퓨터에 들어가는 사운드 카드의 음질이 좋지 않아서 사용하는 기기가 DAC인데요. 고가의 오디의 장비가 있는 경우라면 CD플레이어나 블루레이 플레이어에 장착된 DAC 성능이 좋아 따로 구매할 필요는 없습니다.
뮤질랜드 MD-11이란 DAC를 겸한 헤드폰 앰프. 가격도 부담이 없고 음질도 뛰어나서 입문기로 인기를 누린 제품이다. 상위 모델로는 MD-30이 있다.
하지만 컴퓨터를 통해 음악을 듣는 경우라면 DAC의 사용은 필수입니다. 최근의 오디오 업계는 어느 회사든 DAC 계발에 승부를 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고맙게도 DAC를 겸한 헤드폰 앰프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기계치들에게 헤드폰 앰프와 DAC의 복합형 제품의 출현은 복음, 즉 굿 뉴스입니다. 집이나 사무실 컴퓨터에 DAC가 장착된 헤드폰 앰프를 연결하고 헤드폰만 꽂으면 만사 오케이기 때문입니다.
헤드폰 앰프와 컴퓨터는 USB로 연결이 되기 때문에 USB선은 따로 장만해야 합니다. 하지만 문구점이나 컴퓨터 관련 상점에서 파는 몇 천 원짜리는 사절입니다. USB선에 따라 음질 차이가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헤드 파이’를 할 때는 연결 커넥터가 한 가지 더 필요합니다. 헤드폰 앰프의 전원선, 즉 파워케이블입니다.
이 역시 어지간히 비싼 헤드폰 앰프가 아니라면 몇 천 원짜리 파워 케이블이 따라옵니다. 전문 용어로 번들(bundle) 케이블이라고 하지요. 그러나 이 역시도 과감하게 포기해야 합니다. 오디오 마니아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각종 오디오 설치에 꼭 들어가는 케이블 중에서 제일 먼저 교체해야 할 것이 파워케이블이라고 말입니다. 그만큼 소리 변화가 크기 때문입니다.
이제 각론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먼저 할 일은 헤드폰의 선택입니다. 헤드폰은 크게 밀폐형과 개방형으로 나뉩니다. 밀폐형은 외부 소음을 차단해주어서 실외에서 사용할 때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단점으로는 내 귀에는 다소 무리가 간다는 점입니다. 반면에 개방형은 좀 더 자연스러운 소리가 나지만 독서실 같은 곳에선 금물입니다. 밖으로 소리가 나기 때문입니다. 물론 요즘은 유선 헤드폰과 선이 없는 블루투스 헤드폰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헤드폰은 몇 만 원 대에서 수백 만 원대까지 다양한 선택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내 주머니 사정에 따라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헤드폰도 클래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제품과 팝이나 재즈처럼 강한 비트에서 표현력이 돋보이는 제품이 다릅니다.
물론 재즈든 클래식이든 두루두루 괜찮은 소리를 내주는 헤드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BOSE일 것입니다. 물론 모든 보스 제품이 싸구려란 뜻은 아닙니다. 돈을 투자하여 본격적으로 음악을 들을 요량이라면 내가 주로 듣는 음악의 장르를 고려하여 헤드폰을 선택해야 두고두고 후회하지 않습니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입문용 헤드폰 BOSE OE-2. 보스는 기술력은 대단하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마니아들 가운데는 BOSE를 얕잡아 보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러나 BOSE는 거의 모든 제품에서 평균 이상의 품질이 보장되는 회사다.
그 다음으로 선택해야 하는 것이 헤드폰 앰프인데요. DAC가 지원되는 헤드폰 앰프 역시 천차만별입니다. 컴퓨터에 장착하는 것이니 만큼 헤드폰 앰프나 DAC는 부피나 무게에 있어서 전혀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제품을 디자인할 때부터 컴퓨터 책상에 함께 올려놓아야 할 것을 전제하고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DAC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복잡합니다. 때문에 가격 또한 10만 원대에서 몇 천 만원까지 제품이 나와 있습니다. 아직 초보이거나 ‘헤드 파이’에 그렇게 많은 비용을 지출할 생각이 없는 경우라면 최대한 싸고 부담 없는 것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독일 젠하이저는 헤드폰의 대표적은 브랜드이다. 사진의 HDVD는 젠하이저가 출시한 HD-800이란 최고의 헤드폰을 위해 내놓은 제품이다. HDVD-800은 파워케이블이 제공되지 않아서 따로 구입해야 한다. 각각의 제품 모두 200만 원이 넘는다. 일부에서는 소리가 너무 밝은 것을 흠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헤드 파이’를 추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아니 가장 중요한 이유는 따로 음원, 즉 CD나 DVD를 사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 때문입니다. 유튜브라는 어마어마한 음원을 거의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동 중에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등으로 유튜브를 이용하다가는 엄청난 요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음원을 거의 구입하지 않고 유튜브로 음악을 들을 생각이라면 반드시 컴퓨터에서 인터넷을 통해 유튜브를 활용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몇 년 전에 업계의 인터넷종량제를 네티즌들이 좌절시킨 것은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즐길 수밖에 없는 서민들에겐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닙니다. 인터넷 3사가 3월에도 인터넷종량제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점은 신경을 건드리지만 말입니다.
베어다이나믹스 T-1이란 제품이다. 젠하이저 HD-800과는 소리 성향이 매우 다르다. 둘을 비교해 들어보면 헤드폰이 회사에 따라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유튜브는 최근 발매된 음반을 제외한 대부분의 음반이나 연주회 실황을 담은 동영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수천 만 원을 주고도 다 못살 음반들을 유튜브에서 거의 언제든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축복받은 세대가 맞습니다. 유튜브에는 이미 품절되었거나 단종된 음원들도 많습니다. 우리나라엔 한 번도 수입된 적이 없는 CD나 DVD도 널려 있습니다.
이제는 ‘헤드 파이’를 선택했을 때 따라오는 단점 내지 약점을 말씀드려야 할 차례입니다. ‘헤드 파이’는 나 혼자만 즐길 수 있습니다. 요즘 좋은 헤드폰 앰프는 헤드폰을 복수로 꽂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말입니다. 그렇더라도 한 공간에서 동시에 여러 사람과 함께 좋은 음악을 나눌 순 없습니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점은 헤드폰은 장시간 착용하는 것이 경우에 따라선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최근에 출시된 고가의 헤드폰들은 헤드폰 무게를 줄이고, 오래 사용해도 불편하지 않는 착용감을 제공하기 기술력을 발휘합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헤드폰을 장시간 사용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적응이 필요합니다. 물론 그런 면에서 무던한 사람들도 있지만 더러는 예민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헤드 파이’를 하기에 앞서 헤드폰 매장을 방문하여 꼼꼼하게 들어볼 것을 권장합니다.
이제 글을 끝내야 하겠습니다.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시면 검색창에서 ‘헤드 파이’를 치거나 ‘헤드 파이 동호회’를 입력하면 제품 구입부터 좋은 제품 추천은 물론 가격과 실패담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소비자의 입장이 반영된 글들이기 때문에 잘만 활용하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또 다른 루트로는 대형 서점을 검색하면 몇 권의 오디오 저서를 구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용산이나 홍대나 강남 쪽에 헤드폰을 골라서 들어볼 수 있는 전문 매장을 직접 방문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헤드폰만 들을 수 있는 매장보다는 헤드폰 앰프까지 들을 수 있는 곳을 찾아간다면 금상첨화이겠지요.
2000년 중반 가난한 오디오 마니아들에게 복음이 되었던 황준의 오디오 시리즈물 3권. 1권 부제가 '오디오 마니아가 되지 않도록 해주는 책'일 만큼 황준은 화려하고 비싼 오디오 소개만이 판치는 세상에서 가장 값싼 가격으로 좋은 음질을 들을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주었다.
J가 헤드폰과 헤드폰 앰프, 그리고 파워케이블이나 USB케이블 등에 대해 제품 추천 및 가격대를 알고 싶어 한다는 점을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몇 십만 원대에서는 어떤 제품이 좋고, 클래식에는 어떤 제품을 사라는 식의 추천은 자제했습니다. 저의 오디오 취향과 J의 오디오 취향은 정반대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는 발품을 직접 팔아야 합니다. 그리고 오디오 제품을 구매할 땐 누구의 말도 믿을 필요가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추천이 아니라 내 귀입니다. 결국 그 헤드폰을 끼고 들을 사람은 나이기 때문입니다.
오디오 마니아들은 오디오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나서야 내 귀를 믿어야 한다는 이 값진 진리를 터득합니다.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 추천하더라도 내 귀에 좋지 않으면 사지 말아야 합니다. 물론 내 귀에 좋은 소리도 시간에 따라, 내공이 쌓여감에 따라 변합니다. 더 좋은 소리로 변할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취향의 소리가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그때 가서 제품을 바꾸면 됩니다. 잘 모르겠다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아는 범위 내에서 답해 드리겠습니다. 좋은 소식 기대합니다.
지강유철/양화진문화원 선임연구원, 《장기려, 그 사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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