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두런두런(24)
이불 말리듯
예배당 옆 영안아파트
후문 담장을 따라 누군가 이불을 널어 말리는데
한낮의 볕이 이불 위에 맘껏 머문다
지나가다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가는 것은
마음 널어 말릴 곳 보이지 않기 때문
눅눅한 마음 지울 곳 보이지 않기 때문
눈부신 볕에 온몸을 맡기고 단잠에 빠진 이불을 두고
그럴 수 있다면
너희들 이름 하나에 별 하나씩을 바꿔
이름 하나 부르는데 별 하나 사라지고
기억 하나 붙잡는데 별자리 하나 지워진다 해도
그러느라 우리 어둠에 갇히고
어둠 속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해도
그 어둠 견뎌야 하리
그 울음 울어야 하리
그래야 칠흑 같은 어둠 속 빛 다시 스밀 터이니
스민 빛 별자리로 모여
비로소 끊긴 길 이을 터이니
한희철/동화작가, 성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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