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런두런(25)
어느 날 새벽
새벽예배를 마치고 제단에 올라
기도 카드를 넘기다 만난 한 교우의 기도제목
“추위를 잘 지내는 이웃이 되세요.”
기도를 적은 날짜를 보니 지난해 연말
이웃들이 춥지 않게 겨울을 나기를
집사님의 기도는 그렇게 시작이 되었는데
맨 아래 적은 마지막 기도
“직장을 잃어서 실직자이오니 꼭 일자리를 주세요.”
갑자기 숨이 턱 막혀 고꾸라지는 것 같다.
숨을 고르고 천천히 다시 한 번 읽는데
생선가시 목에 걸리 듯 마음이 찔려오고
깨진 유리조각 손가락마다 박히는 듯
다음 카드로 넘기지 못한다.
멍하니 앉아 있다 고스란히 제단 위에 펼쳐 놓는다.
나로서는 더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눅눅한 이불 말리듯
젖은 빨래 말리듯
다만 그 분 앞에 펼쳐놓는 것 외엔
한희철/동화작가, 성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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