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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

모래로 바다를 막으신 하나님

by 한종호 2015. 8. 15.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17)

 

모래로 바다를 막으신 하나님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너희가 나를 두려워 아니하느냐 내 앞에서 떨지 아니하겠느냐 내가 모래를 두어 바다의 계한(界限)을 삼되 그것으로 영원(永遠)한 계한(界限)을 삼고 지나치지 못하게 하였으므로 파도(波濤)가 흉용(洶湧)하나 그것을 이기지 못하며 뛰노나 그것을 넘지 못하느니라”(예레미야 5:22).

 

오래 전 농촌에서 목회를 할 때, 이따금씩 마을 어르신들과 여행을 했다. 연배도 다르고 종교도 다르지만 마음으론 친구처럼 지내던 분들이었다. 언젠가 한 번은 조용한 바다를 찾은 적이 있었다. 같이 모래사장을 거닐던 중에 문득 마음이 뜨거워져서 그분들에게 모래와 바다 이야기를 했다.

 

“보세요, 바다를 막고 있는 것은 모래지요!”

 

마을 분들은 그 당연한 이야기를 왜 대단한 것처럼 말을 하나 싶은지 조금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함께 살아가며 진심어린 마음을 나누는 것이 사랑이요 전도라 생각했고, 그렇게 마음이 익어 가면 쇠가 자석에 끌리듯 자연스레 마음과 걸음이 주님을 향할 것이라 생각하며 지내왔는데, 그날 나는 그분들에게 성경 이야기를 들려 드렸다. 바로 예레미야 5장 22절이었다.

 

 

 

 

바다를 누가 모를까만 ‘바다’를 사전에서 찾으면 다음과 같이 설명을 한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70.8%를 차지하고 있다. 해양의 면적은 3억 6,105만㎢에 이르고, 해수의 부피는 13억 7,030만㎢에 이른다. 해양의 깊이를 평균하면 4,117m가 되며, 최대 깊이는 11,034m이다.’

 

지표면의 70퍼센트를 차지한다니, 지구의 삼분의 이가 바다인 셈이다. 평균 깊이가 4,117m라는 것도 놀랍고(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백두산의 높이가 2,750m이다), 최대 깊이가 11,034m에 이른다는 것도 놀랍다.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알려진 에베레스트의 높이가 8,850m이니, 높이 솟은 산의 높이보다 바다 속의 깊이가 더 깊은 셈이다.

 

바다는 크기만 큰 것이 아니라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다. 지구상에서 바다와 견줄 만한 위력을 가진 것은 따로 찾아보기가 어렵다. 먼 바다에서 밀려오는 큰 파도를 막기 위해 항구에 쌓아두는 인공구조물 테트라포트의 무게는 5톤에서 100톤까지 다양하다 하는데, 때로 태풍은 테트라포트를 공깃돌처럼 들어 올려 본래의 위치를 바꿔놓기도 한다.

 

2011년 일본에서 발생한 쓰나미의 위력은 인간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를 두려울 만큼 여실히 보여주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속수무책 도망치는 것밖에 없었는데, 인간의 걸음보다도 바다의 걸음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 수많은 것들을 삼켰다. 허다한 것들과 허다한 사연들이 속절없이 사라졌다. 배 안에 체육관과 수영장을 비롯한 호화 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었던, 인간의 기술을 자랑하며 떠난 타이타닉 호를 하나의 나뭇잎처럼 단숨에 집어삼킨 것도 바다였다.

 

가장 크고 가장 강한 바다와 비교하여 가장 작고 가장 보잘 것 없는 것을 대라면 모래일 것이다. 바다와 바위를 비교해도 감히 비교할 수가 없을 터, 하물며 가장 작게 부스러진 돌 부스러기 모래를 바다와 비교한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다 여겨지는 일이다.

 

그런데 주님은 바다를 모래와 비교하신다. 내가 바다를 모래로 막았는데, 그런데도 너희는 내 앞에서 두려워서 떨지 않느냐고 물으신다.

 

“너희는 내가 두렵지도 않으냐? 나 주의 말이다. 너희는 내 앞에서 떨리지도 않느냐? 나는 모래로 바다의 경계선을 만들어 놓고, 바다가 넘어설 수 없는 영원한 경계선을 그어 놓았다. 비록 바닷물이 출렁거려도 그 경계선을 없애지 못하고, 아무리 큰 파도가 몰아쳐도 그 경계선을 넘어설 수가 없다.”(새번역)

 

“내가 무섭지도 않느냐? 내 앞에서 떨리지도 않느냐? 똑똑히 들어두어라. 나는 모래톱을 둘러 바다의 경계로 삼아 언제까지나 넘어오지 못하게 하였다. 밀물이 일어도 넘어오지 못하고 파도가 들이쳐도 넘어오지 못하게 하였다.”(공동번역)

 

“너희는 나를 경외하지도 않고 내 앞에서 떨지도 않는단 말이냐? 주님의 말씀이다. 내가 모래를 놓아 바다에 경계를 짓고 영원한 둑을 만들어 범람하지 못하게 하였다. 물결이 넘실거려도 그것을 넘을 수 없고 파도가 으르렁거려도 범람하지 못한다.”(성경)

 

세상에! 곰곰 생각하니 주님의 말씀이 기막히다. 바다를 모래로 막으셨다는 말은 허사나 과장이 아니어서 세상의 어느 바다든 바닷물이 넘치지 않도록 바다를 막고 있는 것은 모래다. 주님은 지구상에서 가장 크고 강한 것을 가장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으로 막으신 셈이다.

 

손에 쥘 수도 없을 만큼 작고 보잘 것 없다고 하여 바다는 모래를 함부로 무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바다는 모래 앞에 얌전해진다. 모래는 바다를 어루만진다. 먼 길 달려온 파도를 보듬고 또 보듬어 거친 숨을 고르게 한다. 마침내 모래는 바다를 순한 존재로 돌린다.

 

사람더러 바다를 막으라 하면 무엇으로 어떻게 막을까? 세상의 모든 돌을 동원해도 바다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두께를 잴 수 없을 정도로 콘크리트 장벽을 쌓아올린다 해도 그것으로 바다를 아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바다를 하나님께서는 가장 작은 돌 알갱이 모래로 사뿐 막고 계신 것이다.

 

사람은 강한 것을 더 강한 것으로 막지만, 하나님은 가장 약한 것으로 막으신다. 가장 보잘 것 없는 것으로 가장 대단한 것을 어르신다. 바다의 경계가 모래임을 뻔히 알면서도 모래로 바다의 계한(界限)을 삼으신 하나님을 두려워할 줄 모른다면, 오히려 자기의 힘자랑을 한다면, 그의 힘이 아무리 바다처럼 대단해 보일지라도 실상 그는 한 알갱이 모래와 다를 게 없는 것이다.

한희철/동화작가, 성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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