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34)

 

룻, 신실과 인내로 불가능을 이겨내다(1)

 

 

1. “너는 반드시 어머니가 되어라.” 모압 여인 룻. 룻기는 이방 여인이며 무자식 과부였던 룻, 어머니가 될 가능성이 전무 했던 이 여인이 어떻게 어머니가 되었는지, 그리고 덩달아 나오미가 어떻게 다시 어머니가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모정의 책이다. 엘리멜렉이 세상을 떠난 다음, 나오미는 남편 잃은 슬픔을 이겨내면서 아이들을 키웠다. 그렇게 키운 그 아이들을 장가보낸다. 모압에 살았기 때문에, 나오미는 자연스럽게 모압 여자들을 며느리로 받아들인다. 성경기자는 두 며느리 이름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첫째 며느리 이름은 오르바, 둘째 며느리는 룻이다.

 

2. 그렇게 결혼해서 살다가, 아마도 깨가 쏟아지는 신혼 생활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말론과 기룐이 세상을 떠난다. 오르바와 룻은 남편을 잃었다. 그들이 겪었을 아픔에 대해 본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이 겪었을 아픔과 슬픔, 그리고 막막함을. 엘리멜렉이 죽었을 때 나오미가 느꼈을 그 철저한 고립감, 한 사람 세상을 떠났을 뿐인데,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싸늘함을 오르바와 룻도 겪었을 것이다. 청상과부로 살아야 할 두 여인. 세상은 참 냉정하다.

 

3. 베들레헴에 풍년이 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오미는 두 며느리와 함께 모압 땅을 떠나서 귀국하려 한다. 그런데 나오미는 귀향하지만, 오르바와 룻은 고국을 떠나는 것이다. 두 며느리는 남편들이 죽은 다음에도 변함없이 시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셨던 모양이다. 그래서 나오미가 소문을 듣고 귀향하려고 하자, 그들도 같이 가겠다고 했을 것이다. 그렇게 맘을 모아서 그들은 길을 나섰다. 모압에서의 삶을 완전히 정리하고 필요한 짐을 꾸려서 길을 떠난 것이다. 지금으로는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니지만, 당시로는 쉽게 오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것도 나라가 다르니 오죽했겠는가.

 

 

 

 

4. 오르바와 룻의 친정식구들은 두 번의 떠나보냄을 경험한다. 첫 번째는 이방인들에게 딸을 주었을 때이다. 그리고 딸을 두 번째는 이제는 다시 보기 어려운 이국으로 떠나보내는 것이다. 온가족들이 모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끌어안고 눈물로 이별을 했을 것이다. 친정 식구들, 특히 친정어머니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이방인에게 시집을 보낸 것으로도 마음 아팠을 텐데, 사위가 죽고 자식도 없이 과부된 딸들을 보았을 때, 그 마음이 오죽했을까? 그런데 이제 고국을 떠나서 시어머니와 함께 생면부지의 곳으로 간다니 얼마나 마음이 찢어졌을까?

 

5. 그렇게 말하면서 여호와께서 그들을 선대(헤세드)하시기를 빈다. 두 며느리가 죽은 사람들, 즉 남편들과 나오미에게 헤세드를 보여주었던 그대로 하나님이 두 며느리에게 헤세드를 베풀어주시기를 기도한다. 우리는 이 짧은 말에서 오르바와 룻이 어떤 여자들인지 알 수 있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들은 헤세드, 즉 의리 있는 사람들이다. 헤세드는 변함없는 사랑, 신실하고 진실한 사랑을 말한다. 그러니까 그들은 한마디로 “된 사람”들이다. 인간 도리를 아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진정 요즘에 보기 드문 신실한 사람들이다.

 

6. 아마도 모압 국경선 근처에서, 나오미와 두 며느리가 벌인 긴 논쟁이 끝나고, 오르바는 나오미의 간곡한 뜻을 따라서 친정으로 돌아가고, 룻은 끝까지 고집을 피워서 나오미를 따라 베들레헴으로 간다. 그러다 어느 날 이삭을 주우러 나갔다가 보아스를 만나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오미는 룻을 어머니로 만들 계책을 세우고, 그것을 룻에게 일러준다. 나오미는 룻에게 목욕을 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기름을 바르라고 한다. 몸을 매끈매끈하게 예쁘게 보이게 하라는 것이다.

 

7. 그렇게 몸을 아름답게 한 다음에, 옷을 입으라고 말하는데, 이 옷은 보통 옷이 아니고 길게 느려뜨려 입는 옷으로, 특별한 때 입는 옷임을 금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오미는 룻에게 그런 옷을 입으라고 말한다. 룻이 그런 옷을 하나 간직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몸을 씻고 기름을 발라서 예쁘게 꾸미고, 특별한 옷을 입으라고 하는 것은 결혼식 할 때나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오미는 룻을 재혼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동안 결혼식을 미리 준비해왔다면 몰라도, 그리고 사람들에게 알렸다면 몰라도 우리가 아는 대로, 전혀 그렇지 않았고, 결혼을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룻이 신부라면 신랑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알 수 없고, 이런 점에서 우리는 나오미가 룻에게 하는 말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어쨌든 나오미는 룻에게 그렇게 단장을 한 다음에 타작마당으로 내려가라고 지시한다.

 

8. 나오미는 룻이 그렇게 하는 것을 어떤 사람에게도 들키지 않게 하라고 룻에게 신신당부한다. 절대로 사람들 눈에 띄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게 신부단장을 하고 타작마당으로 갔으면, 사람들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게 당연하지 왜 모습을 감추라고 하는 걸까? 그 마을에서 누가 봐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고, 감추려 해도 어려웠을 텐데 말이다. 어쨌든 나오미는 사람들이 다 먹고 마실 때까지 철저하게 숨어있으라고 룻에게 일러준다. 나오미는 그날이 곡식걷이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당시에는 곡식걷이를 끝내면서 잔치를 열었던 모양이다. 나오미는 이것을 다 내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서 일을 꾸민다. “최대한 몸을 단장하고 잔치가 끝날 때까지 타작마당 어느 곳에 꼭꼭 숨어있어라.” 이게 바로 나오미가 룻에게 내린 지령이다.

 

9. 계속해서 나오미는 자신이 세운 계책을 룻에게 알려준다. 타작마당 어느 곳에 몸을 숨기고 잔치를 지켜보다가, 잔치가 끝난 다음에 보아스가 어느 곳에 누워자는지 잘 알아두라고 한다. 그런 다음 보아스가 누워 잠자는 곳으로 가서 그 “발치 이불”을 들고 거기에 누우라고 한다. 나오미가 룻에게 이렇게 지시하는데, 이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보아스가 잠자는 곳을 확인하고 그곳으로 가라는 것까지는 이해를 하겠다. 그런데 발치 이불을 들추고 거기 누우라는 것은 무엇을 하라는 말일까? 발치 이불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히브리어 원문을 보면, “그의 발치 이불”이라는 것은 정확한 번역이 아니다. 발을 뜻하는 말에서 온 것이지, 이불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발과 관련되어 있는 무엇인가를 벗겨내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양말을 벗겨라”로 번역하지만, 나오미가 말하는 것은 매우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행위라는 점에서, 양말을 벗기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일까?

 

이종록/한일장신대학교 구약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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