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33)
‘영혼’의 갈망
* 거장은 목재나 돌로 조상(彫像)을 만들 때
나무에다 상을 새겨 넣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상을 덮고 있는 껍질을 깎아 냅니다.
그는 목재에 아무 것도 보태지 않습니다.
다만 목재의 껍질을 벗겨내고,
옹두리를 떼어낼 뿐입니다. 그러면
그 속에 감추어진 것이 환히 빛납니다.
가을은 거추장스런 것들을 훌훌 벗겨내고 ‘알몸’이 드러나도록 하는 계절입니다.
하나님이 위대한 예술의 거장처럼 우리를 새롭게 빚으신다면, 아마도 먼저 우리의 ‘알몸’이 드러나도록 하실 겁니다.
하나님은 피조물을 사랑하시지만, 그것은 단지 피조물의 사랑스러움 때문이 아니라 피조물 속에 깃든 신성의 사랑스러움 때문이지요. 하나님은 사람을 사랑하시지만, 그것은 사람의 사랑스러움 때문이 아니라 사람 속에 깃든 신성의 사랑스러움 때문이지요.
그래서 예술가의 손을 지니신 하나님은 그 신성의 사랑스러움이 드러나도록 하기 위해 피조물을 덧씌운 ‘껍질’과 ‘옹두리’를 벗기시고 떼어내시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드러나는 사랑스러운 신성은 곧 하나님 자신의 영광이기도 합니다.
화가 미켈란젤로가 어느 날 어느 화방 앞을 지나다가 그 앞에 버려져 있는 대리석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화방 주인에게 그 버려진 돌을 얻어 돌아가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당신이 쓸모없다고 버린 이 돌 속에서 나는 자기를 꺼내달라고 애원하는 천사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미켈란젤로는 그렇게 가져간 돌로 그 돌 속에서 해방되기를 갈망하는 천사를 끄집어내었다고 합니다. 이 위대한 화가의 손에 맡겨진 돌처럼 우리도 우리 자신을 예술의 거장 하나님의 손길에 내맡겨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은 우리 안에 있는 ‘영혼’의 갈망이기도 하니까요.
우리가 그렇게 우리 자신을 그분에게 내어드릴 수만 있다면, 그분은 우리를 새롭게 빚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시지 않겠습니까.
고진하/시인, 한살림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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