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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 하는 ‘안으로의 여행’

하나님은 왜 아담의 갈빗대를 취하여 이브를 지으셨을까?

by 한종호 2015. 11. 19.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36)

 

하나님은 왜 아담의 갈빗대를 취하여 이브를 지으셨을까?

 

남편과 아내는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사랑 안에서 평등합니다.

하나님이 남자의 옆구리에서 갈빗대를 취하여

여자를 만드신 것은 이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남자의 머리나 발로 여자를 만드시지 않았습니다.

 

성경은 친절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하나님은 왜 아담의 갈빗대를 취하여 이브를 지으셨는지 미주알고주알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한편으론 고맙기도 합니다. 엉뚱하게 상상해볼 수 있는 널찍한 행간을 남겨두었으니까 말이지요.

 

유태계 소설가인 엘리 비젤은 소설가답게 미드라쉬를 자료로 삼아 왜 하나님이 남자의 갈빗대를 취하여 여자를 창조했는지, 흥미로운 이야기로 만들어 들려줍니다. 하나님은 이브 창조 계획을 옮기기 전에 이렇게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아담의 머리에서 그녀를 취할 수는 없어. 그러면 너무 높아져서 자랑하기에 바쁘고 또 거만해질 거야. 그렇다고 눈에서 취할 수도 없어. 눈에서 취하면 호기심이 많아질 것이고, 호기심이 많아지면 탐욕스러워질 테니까. 귀에서도 취할 수가 없어. 그러면 엿들을지도 모르니까. 목에서 취한다면 목을 빳빳이 세우고 고집을 부리거나 괜히 으스댈지도 몰라. 입에서 취하면 여자는 쉬지 않고 수다를 떨 거야. 손에서 취하면 오지랖이 넓어질 테고!”

 

그래서 하나님은 아담 몸의 가장 순결한 부분, 갈빗대를 취하여 여자를 만들기로 결정하셨다는 것입니다. 미드라쉬는 여기에 매우 재미있는 이야기를 덧붙여 놓았는데, 이와 같은 세심한 주의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방지하려고 했던 모든 결점들을 여자는 전부 가지고 있다고 적어놓았습니다.

 

 

 

(출처: pcstratman (https://www.flickr.com/photos/32495192@N07)

 

 

하지만 남성들이여, 조심하시라. 미드라쉬의 이런 남성 우월주의적인 경향이 강한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여 함부로 떠들다간 여성들에게 몰매 맞기 십상이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유대 전설에는 이브의 창조와 관련하여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도 전해진다고 합니다. 한 왕이 랍비 감리엘을 만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소만, 내가 생각할 때 당신의 하나님은 좀도둑에 불과한 것 같소. 잠들어 있는 아담에게서 몰래 갈빗대 하나를 슬쩍 훔쳐냈으니 말이오.”

 

그 때 마침 왕의 말을 엿들은 랍비의 딸이 자기 아버지 대신 나서며 왕에게 대답했습니다.

 

왕이시여, 어젯밤 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십니까? 여러 명의 도둑이 우리 집에 들어와서 은으로 된 제 패물들을 죄다 가져갔지 뭐예요. 그 대신 도둑들은 그 자리에 황금을 가져다 놨답니다.”

 

랍비 딸의 말을 듣고 난 왕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나도 그런 도둑들한테 매일 당했으면 좋겠구먼.”

 

랍비의 딸이 대답했습니다.

 

아담에게 일어난 일도 그와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사실 하나님께서는 아담에게서 갈빗대 하나를 가져가시고 그 대신 아쉬울 때 도와주고 필요할 때 채워주며 그가 하는 말을 조용히 들어줄 수 있는 아리따운 여자를 주셨으니 말입니다.”

 

하나님을 편드는 말투가 과연 하나님을 지극정성으로 공경하는 랍비의 딸답습니다. 하지만 내가 아내에게 이 얘기를 들려주자, 그녀는 갑자기 이브의 창조가 아니라 아담[남자]의 창조로 말머리를 돌렸습니다.

 

남자는 모두 여자의 태에서 나왔지 않나요?”

아담과 이브는 배꼽이 없다던데?”

그건 중세 화가들의 상상력에서 나온 얘기일 거구요.”

그럼 이브는?”

이브도 여자의 태에서 나왔지요! 모든 사람은 남녀를 불문하고 여자의 몸을 빌어 태어났다는 것, 이보다 더 양성평등을 잘 말해주는 것이 또 있을까요?”

 

아내의 강한 주장에 나는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습니다. 남성중심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양성평등주의자답게 남편과 아내는 사랑 안에서 평등하다고, 남자의 머리나 발로 여자를 만들지 않고 남자의 갈빗대로 여자를 만든 것이 그 평등의 증거라고 주장하는 위대한 수도승의 말도 아내에겐 씨가 먹히지 않았으므로!

 

고진하/시인, 한살림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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