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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

깊이 뿌리를 내려라

by 한종호 2016. 3. 12.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48)

 

깊이 뿌리를 내려라

 

만군(萬軍)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 내가 예루살렘에서 바벨론으로 사로잡혀 가게 한 모든 포로(捕虜)에게 이같이 이르노라 너희는 집을 짓고 거기 거(居)하며 전원(田園)을 만들고 그 열매를 먹으라 아내를 취(娶)하여 자녀(子女)를 생산(生産)하며 너희 아들로 아내를 취(娶)하며 너희 딸로 남편(男便)을 맞아 그들로 자녀(子女)를 생산(生産)케 하여 너희로 거기서 번성(蕃盛)하고 쇠잔(衰殘)하지 않게 하라 너희는 내가 사로잡혀 가게 한 그 성읍(城邑)의 평안(平安)하기를 힘쓰고 위(爲)하여 여호와께 기도(祈禱)하라 이는 그 성(城)이 평안(平安)함으로 너희도 평안(平安)할 것임이니라 만군(萬軍)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이같이 말하노라 너희 중(中) 선지자(先知者)들에게와 복술(卜術)에게 혹(惑)하지 말며 너희가 꾼바 꿈도 신청(信聽)하지 말라 내가 그들을 보내지 아니하였어도 그들이 내 이름으로 거짓을 예언(豫言)함이니라 여호와의 말이니라(예레미야 29:4-9).

 

예레미야가 편지를 써서 보낸다. 발신인은 예레미야요, 수신인은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간 이스라엘의 장로들과 제사장들과 예언자들과 온 백성이다. 주님은 말을 통해서도, 편지(글)를 통해서도 주님의 뜻을 전하신다. 예레미야는 말을 통해서도, 글을 통해서도 주님의 뜻을 전하는 도구가 된다.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여겨지는 그 때에도 하나님의 사람에게는 해야 할 일이 여전히 남아 있다.

 

 

 

편지에는 포로로 끌려간 이스라엘 백성들이 끌려간 땅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주님의 뜻이 담겨 있다. 과연 주님은 포로로 끌려간 당신의 백성들이 포로지에서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하셨을까,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너희는 집을 짓고 거기에 살며 텃밭을 만들고 그 열매를 먹으라. 아내를 맞이하여 자녀를 낳으며, 너희 아들이 아내를 맞이하며 너희 딸이 남편을 맞아 그들로 자녀를 낳게 하여 너희가 거기에서 번성하고 줄어들지 않게 하여라.” (새번역, 5-6)

 

편지에 적힌 내용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들은 어서 빨리 포로생활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오기를 원했을 것이다. 포로로 끌려온 땅이니 안간힘을 써서라도 몸과 마음이 그 땅에 뿌리 내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겼을 것이다.

 

그런데 주님은 집을 짓고 텃밭을 만들라 하신다. 잠깐 머무르려 하지 말고 제대로 머물 채비를 하라 하신다. 아들과 딸들도 결혼을 시켜 번성을 하여 줄어들지 않도록 하라 하신다. 어쩔 수 없이 잠깐 참으며 지낼 생각을 말고, 오랫동안 그 땅에서 살 생각을 하라 하신다.

 

편지의 내용은 계속 이어진다.

 

“바빌론의 번창을 위해 기도하여라. 바빌론이 잘 되는 것이 너희에게도 좋은 일로 여겨라” (메시지, 7)

 

이럴 수가, 이 또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생각과는 너무도 다른 것이었다. 분명 포로들은 바벨론이 어서 망하게 해달라고, 그래야 고국으로 돌아갈 수가 있다고,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속히 열리게 해달라고 기도했을 터였다.

 

그런데 주님은 바벨론이 평안해야 너희도 평안할 수 있다며, 바벨론이 잘 되기를 위해서 기도하라 하신다. 자신들을 망하게 한 원수라면 원수를 위해 기도하라니, 이스라엘 백성들로서는 얼마나 기가 막힌 이야기였을까.

 

포로로 끌려간 이들에게 편지로 전하시는 또 한 가지 당부가 있다.

 

“너희는 지금 너희 가운데 있는 예언자들에게 속지 말고, 점쟁이들에게도 속지 말고, 꿈쟁이들의 꿈 이야기도 곧이듣지 말아라.” (새번역, 8)

 

백성들이 포로로 끌려온 것은 거짓 예언자들과 점쟁이들과 꿈쟁이들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거짓 예언자들과 점쟁이들과 꿈쟁이들은 포로로 끌려간 땅에도 여전히 있고, 여전히 백성들에게 거짓 예언과 거짓 꿈을 이야기하고 있다.

 

거짓 예언자들과 점쟁이들과 꿈쟁이들은 어떤 말을 했을까? 주님께서 전하시는 편지의 내용을 볼 때 짐작하게 되는 것이 있다. 곧 돌아갈 거라고, 그러니 집을 살 필요도, 땅을 일굴 필요도, 시집 장가를 갈 필요도 없다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서 속히 바벨론이 망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이라고, 그것이 곧 주님의 뜻이라 했을 것이다.

 

그런 말은 백성들에게 얼마나 지당한 말로 들렸을까? 위로도 되고, 소망도 되고, 그런 말을 들으며 용기도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예레미야의 편지를 통해 전해진 주님의 뜻은 백성들의 생각과는 너무도 달랐다.

 

우리의 생각이 아무리 지당하게 여겨질 때에도 우리의 생각을 주님의 뜻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 주님의 계획은 우리의 계획과 다르다. 주님의 일정 또한 우리가 생각하는 일정과는 다르다.

 

우리가 증오하며 거들떠보지도 않는 그 땅에 주님께서는 텃밭을 만들라고 하신다. 우리를 괴롭히는 이들을 위해 복을 빌라 하신다. 어서 떠나기를 원하는 그 땅에 뿌리를 내리라 하신다. 그것도 깊이!

 

한희철/동화작가, 성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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