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를 감하시든

  • 목.. 말씀 중간에 10~20분 단위로 물만 홀짝여서 목으로 흘러 보내주어도 아주 조금은 나으실 텐데요. 그러면 말씀 듣는 분들이 좀 그러시련가요. 젖은 목이 되도록. 우리 목에 가장 안 좋은 건 마른 목 상태라는. 침샘을 주신 하나님의 뜻까지 헤아려보는 시간입니다. 바이러스가 잘 들러붙는 것도 마른 목이라고 들었습니다.

    눈물.. 내 몸에서 울컥 올라오는 눈물의 샘이 되어 주시는 분도 주님이시고요. 눈물을 치유의 선물로 받는 은혜입니다. 저도 종종.
    그렇게 올라오는 눈물이 먼저 나를 녹여서 치유하고, 뭇 생명들에게도 흘러감을 봅니다.

    환절기에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예수님 안에서.

    신동숙 2019.10.23 14:29
    • 말씀을 나눌 때는 가능하면 물을 안 마시려고 한답니다.
      잠깐 사이 끊기는, 그 흐름이 싫어서요.
      물 마시는 버릇을 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한희철 2019.10.24 19:13 DEL
  • 목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이진구 2019.10.24 09:27
    • 귀한 관심,
      고맙습니다.

      한희철 2019.10.24 19:14 DEL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95)

 

 얼마를 감하시든

 

괜히 큰 소리를 치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몇 며칠 이야기를 하면 목이 가라앉곤 한다. 영월에서 집회를 인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이기도 한데다가 하루에 세 번 말씀을 전하니 목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마지막 날 새벽부터는 목이 칼칼한 것이 여간 조심스럽지를 않았다. 손에 마이크를 들고 목소리를 조금 낮춰 말씀을 이어갔다. 덕분에 교우들에게 걱정을 끼치게 되었다. 기도는 물론 목에 좋다는 차를 준비해 주시고는 했다.

 

 

 

 

 

가라앉은 목 상태는 오랜 전 기억 하나를 소환했다. 화천에서 연합집회를 인도할 때였다. 교파를 초월하여 화천에 있는 모든 교회가 모여 말씀을 나누는 자리였다. 집회를 시작할 때부터 목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대번 티를 내고 말았다. 집회를 마치고 식사를 하러 가면 정말로 말이 안 나왔다. 식사기도 또한 강사가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목에서는 거친 쇳소리가 날 뿐 말이 나오지를 않았다.

 

목이 나을 수만 있다면 똥물이라도 마실 심정이었다. 아는 이비인후과 선생님께 긴급 도움을 청했더니, 쉬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고 했다. 겨우겨우 시간을 이어가던 중에 드디어 마지막 시간에 이르렀다. 그동안 목 상태가 더 악화된 것은 물론이었다.


말씀을 전하기 전에 교우들에게 말했다. 말씀을 전하는 중에 더는 목소리가 나오지를 않아 설교가 중단이 되면 마이크를 친구 목사에게 넘기겠다고, 친구는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를 알고 있을 터이니 친구가 이어갈 것이라고. 진심이었다. 목소리가 안 나와 말을 할 수가 없으면 달리 방법이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는 기도를 드리는데, 나도 모르게 이런 기도를 드렸다.


“말씀을 나누는 마지막 시간에 주님께 구합니다. 하나님이 제게 주신 삶에서 며칠을 감하시든, 몇 달을 감하시든, 몇 년을 감하시든 괜찮습니다. 대신 오늘만큼은 말씀을 끝까지 전하게 해주십시오.” 

 

그렇게 기도를 드리는데, 나도 모르게 목이 멨다. 내가 아는 하나님은 눈물에 약하시다. 그날 끝까지 말씀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눈물에 약하신 주님의 은총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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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 날다

  • 개들은 달려야 합니다..^.^ 뛰어 노는 것이 그들의 자유일 것 같습니다. 사람들도 달리는 것만으로도 자유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진구 2019.10.22 09:25
    • 달리기,
      걷기,
      자유에 이르는 길이겠다 싶습니다.

      한희철 2019.10.24 19:09 DEL
  • 주일 예배 후 사모님께 순이의 새로운 탈출 사건을듣고,

    혜숙: "어머!! 순이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겠어
    요.. 너무 똑똑 하네요. 순이가 목사님을 닮
    았나봐요"
    사모님: "어머!! 왜 똑똑한건 다 목사님을 닮았다
    고 하세요~~~~~??"
    ㅎㅎㅎ많이 웃었답니다. 울 사모님 못 말려~~~~

    김혜숙 2019.10.22 23:12
    • 순이 덕분에 웃음꽃이 피었네요.

      한희철 2019.10.24 19:10 DEL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94)

 

순이, 날다

 

<오늘 낮예배 시간에 순이가 또 탈출했다!! 생각도 못한 길로. 모든 구멍을 다 막았기에 이제는 끝났다 했더니 오늘 개집 지붕으로 올라가 담을 뛰어 넘어 나왔다!! 밖에서 놀던 아이들이 보고 알려줘서 잡았다. 오후에 지붕 위로 올라갈 수 없도록 망을 씌우고 집 하나는 가운데 쪽으로 옮겼다!! 빠삐용 순이와 머리싸움 하는 것 같다.>

 

영월 김목사님이 문자를 보냈다. 빠삐용 순이가 또 탈출을 했다는 것이다.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구멍을 통해 탈출을 감행했던, 순이의 유일한 탈출구를 굵은 철사로 촘촘하게 막아 더는 탈출이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다시 탈출을 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지 싶은데, 어디로 빠져나간 것일까?

 

 


 

 

이번엔 뻥 뚫린 하늘이었다. 주일날 예배당 마당에서 놀다가 순이가 탈출하는 순간을 목격한 아이들의 증언에 의하면 빠삐용 순이는 기가 막힌 선택을 했다. 자기 집 위로 올라가 지붕 위에서 울타리를 뛰어 넘었던 것이다. 순이는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그런 뒤에 찾아낸 탈출구, 하늘!

 

결국 순이는 다시 갇혔고, 목사님은 개집 위에 망을 씌웠다. 또 하나의 개집은 뛰어도 소용이 없도록 울타리 가운데로 옮겼다. 이야기만 들어도 순이의 깊은 한숨 소리가 전해지는 듯하다.

 

 

 

 

목사님은 빠삐용 순이와 머리싸움을 하는 것 같다고 했지만, 그럴수록 나는 순이를 응원한다. 자유의 본능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를, 어느 누구도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순이가 보여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형, 순이는 아무도 몰래 겨드랑이 아래로 날개를 키울 지도 몰라요. 그리고는 어느 달 밝은 밤, 굳이 애쓸 것도 없이 가뿐하게 사뿐 울타리를 뛰어넘을지도 몰라요. 달빛을 타고 하늘로 올라 동강을 훌쩍 뛰어넘을 지도요. 그러거들랑 찾지 마세요. 한 식구 같았던 순이가 눈에 선하겠지만 빠삐용 순이는 마침내 그토록 꿈꾸던 자유를 찾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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