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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순이 날다

by 한종호 2019. 10. 22.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94)

 

순이, 날다

 

<오늘 낮예배 시간에 순이가 또 탈출했다!! 생각도 못한 길로. 모든 구멍을 다 막았기에 이제는 끝났다 했더니 오늘 개집 지붕으로 올라가 담을 뛰어 넘어 나왔다!! 밖에서 놀던 아이들이 보고 알려줘서 잡았다. 오후에 지붕 위로 올라갈 수 없도록 망을 씌우고 집 하나는 가운데 쪽으로 옮겼다!! 빠삐용 순이와 머리싸움 하는 것 같다.>

 

영월 김목사님이 문자를 보냈다. 빠삐용 순이가 또 탈출을 했다는 것이다.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구멍을 통해 탈출을 감행했던, 순이의 유일한 탈출구를 굵은 철사로 촘촘하게 막아 더는 탈출이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다시 탈출을 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지 싶은데, 어디로 빠져나간 것일까?

 

 


 

 

이번엔 뻥 뚫린 하늘이었다. 주일날 예배당 마당에서 놀다가 순이가 탈출하는 순간을 목격한 아이들의 증언에 의하면 빠삐용 순이는 기가 막힌 선택을 했다. 자기 집 위로 올라가 지붕 위에서 울타리를 뛰어 넘었던 것이다. 순이는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그런 뒤에 찾아낸 탈출구, 하늘!

 

결국 순이는 다시 갇혔고, 목사님은 개집 위에 망을 씌웠다. 또 하나의 개집은 뛰어도 소용이 없도록 울타리 가운데로 옮겼다. 이야기만 들어도 순이의 깊은 한숨 소리가 전해지는 듯하다.

 

 

 

 

목사님은 빠삐용 순이와 머리싸움을 하는 것 같다고 했지만, 그럴수록 나는 순이를 응원한다. 자유의 본능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를, 어느 누구도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순이가 보여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형, 순이는 아무도 몰래 겨드랑이 아래로 날개를 키울 지도 몰라요. 그리고는 어느 달 밝은 밤, 굳이 애쓸 것도 없이 가뿐하게 사뿐 울타리를 뛰어넘을지도 몰라요. 달빛을 타고 하늘로 올라 동강을 훌쩍 뛰어넘을 지도요. 그러거들랑 찾지 마세요. 한 식구 같았던 순이가 눈에 선하겠지만 빠삐용 순이는 마침내 그토록 꿈꾸던 자유를 찾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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