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씨 한 알

신동숙의 글밭(23)/시밥 한 그릇


풀씨 한 알

  

발길에 폴폴 날리우는
작고 여린 풀씨 한 알

 

풀섶에 이는 잔바람에도
홀로 좋아서 춤을 추는
하늘 더불어 춤을 추는
작고 여린 풀씨 한 알

 

낮고 낮은 곳으로
내려갈 줄만 알아
그 어디든 발길 닿는 곳
제 살아갈 한 평생 집인 줄을 알아

 

작고 둥근 머리를 누이며
평온히 눈을 감는다

 

 

 

 

 

땅 속으로
사색의 뿌리를 내리며
보이지 않는 들리지 않는
작은 생명들의 소리 들으려

 

가만히 귀를 대고
가난한 마음이 더듬으며
사람들 무심히 오가는 발길 아래로
고요히 기도의 뿌리를 내린다

 

발아래 피어날 푸르른 풀잎
그 맑고 푸르른 노랫 소리 들으려
겨울밤 홀로 깊어지는
풀씨 한 알

 

(2019.1.9. 詩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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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벗어들고 새 날 듯이

  • 반을 마중 나가는 '반보기'라는 말이 정겹습니다.
    어릴 적 제 평소 걸음걸이가 새 날 듯이였답니다 ㅎ
    심지어는 내리막길에서도...

    신동숙 2019.12.05 13:49
    • 내리막길을 새날 듯이 가다가는 넘어지기 십상이었을 텐데요.
      그래도 활달한 모습이 선합니다.

      한희철 2019.12.05 19:41 DEL
  • 감사합니다. 좋은 속담 담아갑니다.

    이진구 2019.12.05 15:26
    • 의미 있는 속담이다 싶습니다.

      한희철 2019.12.05 19:42 DEL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32)

 

신 벗어들고 새 날 듯이

 

대림절을 시작하는 주일, 우리 속담 하나를 소개했다. ‘친정 길은 참대 갈대 엇벤 길도 신 벗어들고 새 날 듯이 간다’는 속담이었다. 참대와 갈대가 있는 곳을 지나면 신을 제대로 신어도 발이 베이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친정을 찾아갈 때는 발이야 베든 말든 신을 벗어들고 새가 날아가는 것처럼 간다는 것이다. 친정을 찾아가는 집난이(시집간 딸)의 기쁨이 마치 숨결까지 묻어나는 듯 고스란히 전해진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왜 신을 벗어들고 갈까? 길이 멀 터이니 당연히 신을 신고 가야  하고, 참대 갈대가 있는 길이라면 더욱 더 신을 단단히 신어야 하는 법, 그런데도 왜 신을 벗고 간다고 했을까?

우선 드는 생각은 맨발로 가는 것이 가장 빠른 걸음 아니었을까 싶다. 급한 마음에 자꾸 벗겨지는 신을 신고 가느니 단숨에 달려가고 싶은 마음에는 누가 뭐라 하든 맨발이 어울릴 것이다.


또 한 가지 드는 생각이 있다. 신을 아꼈다가 친정집 가까운 곳에서 신기 위해서는 아니었을까. 모처럼 친정을 찾는 딸의 신이 다 닳거나 헤진 것을 보면 친정 부모님과 형제들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친정집을 찾는 딸의 마음으로 퍼뜩 지나가는 생각 중에는 그런 생각이 왜 없었겠는가?     

 

우리를 찾아오시는 주님을 맞기 위해 적어도 우리가 반을 마중 나가는 ‘반보기’를 하자고, 주님을 맞으러 가는 우리의 걸음이 참대 갈대 엇벤 길도 신 벗어들고 새 날 듯이 가는 집난이의 걸음이 되자고 했다. 귀한 분이 먼 길을 찾아오시는데 가만히 자리에 앉아 편하게 맞는 것은 영 도리가 아니지 않겠는가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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