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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신 벗어들고 새 날 듯이

by 한종호 2019. 12. 5.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32)

 

신 벗어들고 새 날 듯이

 

대림절을 시작하는 주일, 우리 속담 하나를 소개했다. ‘친정 길은 참대 갈대 엇벤 길도 신 벗어들고 새 날 듯이 간다’는 속담이었다. 참대와 갈대가 있는 곳을 지나면 신을 제대로 신어도 발이 베이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친정을 찾아갈 때는 발이야 베든 말든 신을 벗어들고 새가 날아가는 것처럼 간다는 것이다. 친정을 찾아가는 집난이(시집간 딸)의 기쁨이 마치 숨결까지 묻어나는 듯 고스란히 전해진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왜 신을 벗어들고 갈까? 길이 멀 터이니 당연히 신을 신고 가야  하고, 참대 갈대가 있는 길이라면 더욱 더 신을 단단히 신어야 하는 법, 그런데도 왜 신을 벗고 간다고 했을까?

우선 드는 생각은 맨발로 가는 것이 가장 빠른 걸음 아니었을까 싶다. 급한 마음에 자꾸 벗겨지는 신을 신고 가느니 단숨에 달려가고 싶은 마음에는 누가 뭐라 하든 맨발이 어울릴 것이다.


또 한 가지 드는 생각이 있다. 신을 아꼈다가 친정집 가까운 곳에서 신기 위해서는 아니었을까. 모처럼 친정을 찾는 딸의 신이 다 닳거나 헤진 것을 보면 친정 부모님과 형제들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친정집을 찾는 딸의 마음으로 퍼뜩 지나가는 생각 중에는 그런 생각이 왜 없었겠는가?     

 

우리를 찾아오시는 주님을 맞기 위해 적어도 우리가 반을 마중 나가는 ‘반보기’를 하자고, 주님을 맞으러 가는 우리의 걸음이 참대 갈대 엇벤 길도 신 벗어들고 새 날 듯이 가는 집난이의 걸음이 되자고 했다. 귀한 분이 먼 길을 찾아오시는데 가만히 자리에 앉아 편하게 맞는 것은 영 도리가 아니지 않겠는가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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