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하나

신동숙의 글밭(101)

 

촛불 하나

 

 

 

숨을 쉬는 평범한 일이
아주 특별한 일이 되었다

 

코와 입을 가리고, 눈빛으로만
사람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봄날이다

 

물을 마시다가 사레가 들려도
사람들이 쳐다본다

 

밥을 먹은 후 잔기침만 해도
사람들이 떠나간다

 

숨을 쉬는 일이 삶에 생기를 누른다
갑갑증이 툴툴거리는 딸아이한테 가서 터졌다

 

"제발, 남 탓 하지 말고, 자신한테서 문제를 찾아"라고
그래놓고 후회가 밀려온다

바른말로 상처를 주고, 감싸주지 못한 것이

 

혹여 좁아진 가슴에
촛불 하나 없었다면 어떻게 견뎠을까

 

쳐다보는 사람도, 떠나가는 사람도
그래도 미운 마음이 들지 않는 건

 

아주 흔들려도 꺼지지 않는
촛불 하나 봄꽃처럼 피었기 때문이다

 

코와 입으로 마음껏 숨을 쉴 수 없다면
가슴으로 더 깊이 숨을 쉬면 된다

 

봄바람이 가슴으로 불어오는지
촛불 하나가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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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희를 바라보는 '서글픔'

  • 그런데 이런 바이러스 재난이 없었다면 신천지의 실태를 아직도 모르고 사는 사람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이건 종교집단이 아니라 , 더 큰 조직의 실태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진구 2020.03.08 10:47

한희철의 히루 한 생각(417)

 

이만희를 바라보는 '서글픔'

 

서글펐다. 여러 감정이 뒤엉키며 한꺼번에 지나가서 그 말이 가장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내내 슬펐고 허전했고 그래서 서글펐다. 구십이 된 노인네가 마스크를 쓰고 나와 자기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늘어놓을 때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절을 거듭 할 때에나, 절을 하는 손에 가득 잡힌 주름을 볼 때에나, 사과를 하는 중에도 여전히 아랫사람 대하듯 훈계를 하거나 호통을 칠 때에나, 귀띔을 해주는 여자가 뭔가를 조정하고 있어 그에게 의존하고 있는 이는 꼭두각시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지날 때나 마음엔 서글픔이 가득했다.

 

 

 

 

말도 안 되는 한 사람 이야기에 그 많은 사람들이, 그 많은 젊은이들이 무릎을 꿇고 환호성을 지르며 귀를 기울였다는 사실이,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이 저 사람의 생각을 추종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등졌다는 사실이 감당하기 힘들만큼 서글펐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아뜩하기도 했다.


하긴 히틀러의 광기 앞에 한 나라가 추종을 했으니, 정말로 서글퍼 해야 할 것은 인간의 나약함인지도 모를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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