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0/03/062

촛불 하나 신동숙의 글밭(101) 촛불 하나 숨을 쉬는 평범한 일이 아주 특별한 일이 되었다 코와 입을 가리고, 눈빛으로만 사람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봄날이다 물을 마시다가 사레가 들려도 사람들이 쳐다본다 밥을 먹은 후 잔기침만 해도 사람들이 떠나간다 숨을 쉬는 일이 삶에 생기를 누른다 갑갑증이 툴툴거리는 딸아이한테 가서 터졌다 "제발, 남 탓 하지 말고, 자신한테서 문제를 찾아"라고 그래놓고 후회가 밀려온다 바른말로 상처를 주고, 감싸주지 못한 것이 혹여 좁아진 가슴에 촛불 하나 없었다면 어떻게 견뎠을까 쳐다보는 사람도, 떠나가는 사람도 그래도 미운 마음이 들지 않는 건 아주 흔들려도 꺼지지 않는 촛불 하나 봄꽃처럼 피었기 때문이다 코와 입으로 마음껏 숨을 쉴 수 없다면 가슴으로 더 깊이 숨을 쉬면 된다 봄바람.. 2020. 3. 6.
이만희를 바라보는 '서글픔' 한희철의 히루 한 생각(417) 이만희를 바라보는 '서글픔' 서글펐다. 여러 감정이 뒤엉키며 한꺼번에 지나가서 그 말이 가장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내내 슬펐고 허전했고 그래서 서글펐다. 구십이 된 노인네가 마스크를 쓰고 나와 자기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늘어놓을 때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절을 거듭 할 때에나, 절을 하는 손에 가득 잡힌 주름을 볼 때에나, 사과를 하는 중에도 여전히 아랫사람 대하듯 훈계를 하거나 호통을 칠 때에나, 귀띔을 해주는 여자가 뭔가를 조정하고 있어 그에게 의존하고 있는 이는 꼭두각시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지날 때나 마음엔 서글픔이 가득했다. 말도 안 되는 한 사람 이야기에 그 많은 사람들이, 그 많은 젊은이들이 무릎을 꿇고 환호성을 지르며 귀를 기울였다는 사실이.. 2020.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