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101)
촛불 하나
숨을 쉬는 평범한 일이
아주 특별한 일이 되었다
코와 입을 가리고, 눈빛으로만
사람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봄날이다
물을 마시다가 사레가 들려도
사람들이 쳐다본다
밥을 먹은 후 잔기침만 해도
사람들이 떠나간다
숨을 쉬는 일이 삶에 생기를 누른다
갑갑증이 툴툴거리는 딸아이한테 가서 터졌다
"제발, 남 탓 하지 말고, 자신한테서 문제를 찾아"라고
그래놓고 후회가 밀려온다
바른말로 상처를 주고, 감싸주지 못한 것이
혹여 좁아진 가슴에
촛불 하나 없었다면 어떻게 견뎠을까
쳐다보는 사람도, 떠나가는 사람도
그래도 미운 마음이 들지 않는 건
아주 흔들려도 꺼지지 않는
촛불 하나 봄꽃처럼 피었기 때문이다
코와 입으로 마음껏 숨을 쉴 수 없다면
가슴으로 더 깊이 숨을 쉬면 된다
봄바람이 가슴으로 불어오는지
촛불 하나가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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