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보다 안개꽃

신동숙의 글밭(144)


카네이션보다 안개꽃




카네이션 한 다발을 안겨 주던 날

엄마가 보고 있는 건


카네이션이 아니라
카네이션을 감싼 흰 안개꽃이란다


네가 내 앞에서 웃고 있던 날
엄마가 보고 있는 건


네 옷차림이 아니라
네 등 뒤에 커다란 하늘이란다


그러니까 말이야
아주 어릴 적부터 그런 거지


눈에 활짝 띄는 세상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이
언제나 더 크니까


자꾸만 눈에 보이는 건
보이지 않는 하늘이란다


그러니까 말이야
그러면 그럴 수록


하늘이 점점점
마음 속으로 들어오지


마음 속으로
푸른 하늘이 펼쳐져


그러면 너도 꽃처럼
활짝 웃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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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집, 고마운 사람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77)


고마운 집, 고마운 사람들


어버이날을 앞둔 월요일, 두 어머니를 모시고 인우재에 다녀왔다. 사돈끼리의 동행이지만 함께 한 오랜 세월, 두 분 모두 어색함이 없으시다. 인우재 마루에 둘러앉아 식사를 할 때, 어머니가 인우재와 얽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우리가 독일에서 목회할 기간에 있었던 일들이 대부분이었는데, 특히 마음에 와 닿은 이야기가 있었다.




어느 핸가 인우재 근처에서 산불이 났다. 한창 농사철이서 바쁘게 일하던 마을사람들이 불을 보고는 한달음에 인우재로 달려왔다. 산 바로 곁에 자리 잡은 인우재가 불에 타지 않도록 물을 길어다 뿌리는 등 정말로 많은 수고를 했다. 덕분에 주변의 산은 새까맣게 탔지만 인우재는 불길에서 자신을 지켰다. 


그 일이 너무나 고마워 그 해 명절 동네잔치라도 하시라 형제들이 돼지 값을 보내드렸다는 것이다.     

마을에서 허는 집의 재료를 모아 흙과 돌과 나무로 마을 어른들과 시간을 잊고 지은 허름한 집, 하지만 이 집엔 두고두고 기억할 만한 이야기가 제법 많다. 무릇 집이란 번듯한 건물이 아니라.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고마운 이야기가 많은 집이 좋은 집이다.


시간을 잊고 흙과 돌과 나무로 마을 어른들과 땀 흘려 지은 더없이 허름한 집, 문득 집과 마을 사람들 모두가 더욱 소중하게 여겨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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