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77)
고마운 집, 고마운 사람들
어버이날을 앞둔 월요일, 두 어머니를 모시고 인우재에 다녀왔다. 사돈끼리의 동행이지만 함께 한 오랜 세월, 두 분 모두 어색함이 없으시다. 인우재 마루에 둘러앉아 식사를 할 때, 어머니가 인우재와 얽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우리가 독일에서 목회할 기간에 있었던 일들이 대부분이었는데, 특히 마음에 와 닿은 이야기가 있었다.
어느 핸가 인우재 근처에서 산불이 났다. 한창 농사철이서 바쁘게 일하던 마을사람들이 불을 보고는 한달음에 인우재로 달려왔다. 산 바로 곁에 자리 잡은 인우재가 불에 타지 않도록 물을 길어다 뿌리는 등 정말로 많은 수고를 했다. 덕분에 주변의 산은 새까맣게 탔지만 인우재는 불길에서 자신을 지켰다.
그 일이 너무나 고마워 그 해 명절 동네잔치라도 하시라 형제들이 돼지 값을 보내드렸다는 것이다.
마을에서 허는 집의 재료를 모아 흙과 돌과 나무로 마을 어른들과 시간을 잊고 지은 허름한 집, 하지만 이 집엔 두고두고 기억할 만한 이야기가 제법 많다. 무릇 집이란 번듯한 건물이 아니라.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고마운 이야기가 많은 집이 좋은 집이다.
시간을 잊고 흙과 돌과 나무로 마을 어른들과 땀 흘려 지은 더없이 허름한 집, 문득 집과 마을 사람들 모두가 더욱 소중하게 여겨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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