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0/05/232

가난하여서 가난함은 아니다 신동숙의 글밭(152) 가난하여서 가난함은 아니다 오늘의 가난함은 가난하여서 가난함은 아니다 하루치의 부유함 속에 씨앗처럼 품고 품은 빈 가슴의 가난함이다 풍성한 밥상 앞에서 밥알처럼 곱씹는 굶주린 배들의 가난함이다 행복의 우물 속에서 두레박으로 길어 올리는 목마른 입들의 가난함이다 오늘 먹고 마신 부유함이 품은 가난함 있음이 품은 없음 모두가 잠 든 후 홀로 앉아서 없음을 알처럼 품는다 없음을 품고 품으며 침묵의 숨을 불어 넣으면 빈 가슴이 속속들이 차올라 없는 가슴을 채우는 건 있음의 부유함도 풍성함도 행복도 아니다 없음을 채우는 건 없는 듯 있는 하늘뿐이다 2020. 5. 23.
몸이라는 도구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91) 몸이라는 도구 인우재 방에 깔린 비닐장판을 걷어내고 종이장판을 깔았다. 처음엔 흙 위의 멍석이 전부였다. 멍석이란 짚으로 만든 것, 생각하면 단순했다. 널찍한 돌로 된 구들장을 깔았으니 돌 위의 흙, 흙 위의 풀이 방바닥의 전부인 셈이었다. 방에 누울 때마다 자연 위에 눕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좋았지만 인우재를 찾는 이들이 불편해 했다. 엉덩이가 배기는 것보다는 벌레와 친하지 못한 이들의 불편이 참으로 컸다. 어떤 이는 경기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결국은 멍석을 걷어내고 종이를 붙였다. 쌀을 담던 부대의 종이를 붙였다. 그렇게 지내던 중 먼 친척 되는 분이 요양차 1년여 머무는 동안 비닐장판을 깐 것이었다. 비닐장판은 물걸레질을 할 수 있어 편하긴 하지만, .. 2020. 5.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