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152)
가난하여서 가난함은 아니다
오늘의 가난함은
가난하여서 가난함은 아니다
하루치의 부유함 속에
씨앗처럼 품고 품은
빈 가슴의 가난함이다
풍성한 밥상 앞에서
밥알처럼 곱씹는
굶주린 배들의 가난함이다
행복의 우물 속에서
두레박으로 길어 올리는
목마른 입들의 가난함이다
오늘 먹고 마신
부유함이 품은 가난함
있음이 품은 없음
모두가 잠 든 후
홀로 앉아서
없음을 알처럼 품는다
없음을 품고 품으며
침묵의 숨을 불어 넣으면
빈 가슴이
속속들이 차올라
없는 가슴을 채우는 건
있음의 부유함도 풍성함도 행복도 아니다
없음을 채우는 건
없는 듯 있는 하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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