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숙제

한희철의 얘기마을(108)


틀린 숙제



은진이가 숙제를 합니다. 맞는 답을 찾아 선으로 연결하는 문제입니다. 1+4, 2+1, 4+3 등 문제가 한쪽 편에 있고 3,5,7 등 답이 한쪽 편에 있습니다.


은진이는 답을 찾아 나란히 선을 잊지 못합니다. 답이 틀린 게 아닙니다. 찍찍 어지러운 선으로 은진이는 아예 그림을 그렸습니다.

 

불안기 가득한 커다란 두 눈 껌뻑이며 아직 말이 서툰 1학년 은진이. 은진이의 숙제를 보며 마음이 아픈 건 우리 삶 또한 수많은 관계와 관계, 만남과 만남, 과정과 과정으로 연결된 것일 텐데, 은진이의 경우 그 모든 것들을 차분히 잇지 못하고 어지러이 뒤엉키고 말 것 같은 걱정 때문입니다.


휑하니 무관심 속에 버려진, 누구하고도 나란히 선으로 연결되지 못한 은진이.

은진이가 틀린 숙제를 합니다.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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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물방울 하나

신동숙의 글밭(249)


떠도는 물방울 하나




망망대해(茫茫大海) 

망망대천(茫茫大天)

떠도는 물방울 하나


깜깜한 밤이래도 걱정 없어요

돌고 돌아서 제자리

길 잃을 염려 없어요


연약하여 부서진대도 상관 없어요

부서지면 더 작은 물방울

더 가벼울 터이니


언제든 고개 들면

해와 달과 별이 그 자리에서

한결같이 지켜보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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