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얘기마을(108)
틀린 숙제
은진이가 숙제를 합니다. 맞는 답을 찾아 선으로 연결하는 문제입니다. 1+4, 2+1, 4+3 등 문제가 한쪽 편에 있고 3,5,7 등 답이 한쪽 편에 있습니다.
은진이는 답을 찾아 나란히 선을 잊지 못합니다. 답이 틀린 게 아닙니다. 찍찍 어지러운 선으로 은진이는 아예 그림을 그렸습니다.
불안기 가득한 커다란 두 눈 껌뻑이며 아직 말이 서툰 1학년 은진이. 은진이의 숙제를 보며 마음이 아픈 건 우리 삶 또한 수많은 관계와 관계, 만남과 만남, 과정과 과정으로 연결된 것일 텐데, 은진이의 경우 그 모든 것들을 차분히 잇지 못하고 어지러이 뒤엉키고 말 것 같은 걱정 때문입니다.
휑하니 무관심 속에 버려진, 누구하고도 나란히 선으로 연결되지 못한 은진이.
은진이가 틀린 숙제를 합니다.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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