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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 한희철의 얘기마을(162) 순례자 된 소나기가 한참 쏟아진 지난주일 오후, 한 청년이 찾아 왔습니다. 비를 그대로 맞은 채였습니다. 단강으로 오는 차편을 잘 몰라 중간에서 적지 않은 고생을 했다 했습니다. 그날 청년은 세례를 받았다 했습니다. 천주교 신자인 그는 처음 믿음을 잘 지켜 신부님께 성당에서 세례를 받은 것입니다. 세례,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고 그러다가는 뛰고 그러다간 불쑥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졌습니다. 마음속에 담아뒀던 단강을 무작정 찾았던 건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잠깐 인사하고 잠깐 이야기하고 돌아서는 길, 비는 그칠 줄을 몰랐습니다. 우산 하나 전하며 빗속 배송합니다. 불편한 걸음걸이. 세례 받은 날 먼 길을 고생으로 다녀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세례의 의미를 마음속 깊이 새기는 순례자의 모.. 2020. 12. 3.
우리의 소원은 통일 한희철의 얘기마을(161) 우리의 소원은 통일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정성 대해서 통일, 통일이여 오라.” 작실서 섬뜰로 내려오는 산모퉁이 길, 아침 일찍 커다란 노래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책가방 등에 메고 준비물 손에 든 5학년 병직이입니다. 하루 첫 햇살 깨끗하게 내리고, 참나무 많은 산 꾀꼬리 울음 명랑한 이른 아침, 씩씩한 노래를 부르며 병직이가 학교로 갑니다.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 (1992년) 2020. 12. 2.
제비집 한희철의 얘기마을(160) 제비집 사택 지붕 아래 제비가 집을 지었습니다. 며칠 제비 울음 가깝더니 하루 이틀 흙을 물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붉은 벽돌 중 조금 튀어나온 부분을 용케 피해 집 자리로 잡았습니다. 언제 부부의 연을 맺었는지 두 마리의 제비는 보기에도 정겹게 바지런히 집을 지었습니다. 진흙을 물어오기도 하고 지푸라기를 물어오기도 하며 제비는 하루가 다르게, 낮과 저녁이 다르게 집을 지었습니다. 전깃줄에 새까맣게 앉곤 했던 어릴 적과는 달리 해마다 수가 줄어드는 제비가 내가 사는 집을 찾아 집을 짓다니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 유심히 집 짓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언제 어디서 배운 것인지 며칠 사이로 봉긋 솟은 모양의 제 집을 제비는 훌륭하게 지었습니다. 지나가던 승학이 엄마가 제비집을 보더.. 2020. 1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