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비

사진/김승범

 




꽃잎이 꽃잎을 감싸며
꽃잎이 꽃잎을 안으며

작고 순한 이름들이
꽃잎비로 내린다

가장 작은 목소리로
가장 순한 몸짓으로

서로를 감싸며
서로를 안으며

울다가 웃다가
울다가 웃다가

산을 감싸며 
한 잎의 시가 되고

들을 안으며 
한 잎의 노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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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 없어도 그것만으로도 넉넉합니다

송대선의 시편묵상 2021. 4. 8. 06:33

시편 1편 6b

 

의인의 길은 야훼께서 보살피신다(공동번역)

 

我主識善人아주식선인

우리 주님 선한 이 알아주신다(시편사색, 우징숑)

 

누군가를 안다고 할 때 그에 대한 사실적인 앎을 지()라고 합니다. 그와 달리 그의 사람됨을 알아주고 그의 마음을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것은 식()이라고 합니다. ()는 일방적 관계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 식()은 상호적이고 더 나아가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의미 가득한 사건들로 이어집니다. 당신을 인정해주고, 삶에서 걸어온 걸음과 지향(志向)을 귀히 여기면서 수용해주는 이를 만날 때 그제서야 당신은 당신의 삶의 의미를 더 깊이 확신할 수 있지요.

 

잘못살지 않았구나! 때로 지칠 때 그런 이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지기(知己)와 지음(知音)을 찾았습니다. 백아(伯牙)가 마음에 산을 그리며 현을 뜯을 때 그 소리를 들으면 고산(高山)이 떠오른다며 흥에 젖고, 물을 그리며 현을 뜯을 때 그 소리에 흐르는 물소리가 떠오른다며 취하던 벗이 바로 종자기(鍾子期)였지요. 그래서 지금도 고산유수(高山流水)는 가장 친밀한 벗을 이릅니다.

 

그 종자기가 세상을 떠나자 백아는 거문고를 버렸습니다. 들어줄 사람이 없는데 자신의 음악적 능력을 발휘할 이유가 없었던거지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전부를 주고 싶은게 사람 마음이지요. 그러니 벗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하신 말씀은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좋은 벗 사이에 일어나는 거룩한 사건이지요.

 

사진/김승범

 

시편의 시인은 하나님께서 그렇게 믿음의 사람을 알아주신다고 노래합니다. 그렇게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분 앞에 선다면 더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아무 말 없어도 그것만으로도 넉넉합니다.

 

옛적에는 벗이 될 때 지위가 동등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지요. 예를 들면 누군가는 지방의 수령이고, 누군가는 초야의 가난한 포의(布衣)일 뿐입니다. 둘 사이는 어떻게 벗이 될까요? 이를 위해서 수령이 예를 취합니다. 초야의 가난한 선비를 벗으로 맞는 예를 다하기 위해 수령은 가마를 보내고 사람을 보내어 정식으로 그가 머무는 관아로 청합니다. 모시러 온 이는 보낸 이의 뜻을 전하며 받아들여주십사 곡진한 예를 다합니다. 그러고서야 초야의 선비는 이 정중한 초대에 응합니다.

 

옛 사람들은 이를 알아주는 것이라 했습니다. 이제껏 초야에 머물며 깨끗한 삶을 살던 이가 먼저 권력의 위세로 가려져있는 삼엄한 관아에 홀로 나아가 수령을 찾을 수 없지 않습니까? 남들이 볼 때 그가 권세있는 이에게 접근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가 살아온 이제까지의 삶의 결을 부끄럽게 하는 것이지요. 이게 옛 사람들의 벗을 알아줌이며 격을 세워주는 것입니다.

 

하물며 주님과 우리 사이에도 그보다 훨씬 더 한없는 간격이 존재합니다. 창조주와 피조물 간의 간격이요, 허물있는 인생과 거룩한 분과의 간격입니다. 헌데 그분은 우리가 주눅들지 않도록, 그 간격에 절망하지 않도록 우리에게 먼저 찾아오시고 불러주시고 기다려주시며 더군다나 보잘 것 없는 믿음을 기꺼이 받아주시고 인정해주신다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그럴만한 자격이 있어 인정받는 것이 아니지요. 그분의 한없는 자비로 인하여서지요. 그렇게 받아주시니 이제 인생은 받아들여질만한 삶과 믿음으로 자라나겠습니다. 그 덕분에 어부였던 갈릴리 시몬이 제자 베드로가 되었고, 핍박자 사울이 전도자 바울이 되었으며 양을 돌보던 목동이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으며 말더듬었던 사람이 새역사의 디딤돌이 된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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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징숑의 《성영역의》를 우리말로 옮기고( 《시편사색》) 해설을 덧붙인 송대선 목사는 동양사상에 관심을 가지고 나름 귀동냥을 한다고 애쓰기도 하면서 중국에서 10여 년 밥을 얻어먹으면서 살았다. 기독교 영성을 풀이하면서 인용하는 어거스틴과 프란체스코, 데레사와 십자가의 성 요한 등의 서양 신학자와 신비가들 뿐만 아니라 『장자』와 『도덕경』, 『시경』과 『서경』, 유학의 사서와 『전습록』, 더 나아가 불경까지도 끌어들여 자신의 신앙의 용광로에 녹여낸 우징숑(오경웅)을 만나면서 기독교 신앙의 새로운 지평에 눈을 떴다. 특히 오경웅의 『성영역의』에 넘쳐나는 중국의 전고(典故와) 도연명과 이백, 두보, 소동파 등을 비롯한 수많은 문장가와 시인들의 명문과 시는 한없이 넓은 사유의 바다였다. 감리교신학대학 졸업 후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열린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제천과 대전, 강릉 등에서 목회하였고 선한 이끄심에 따라 10여 년 중국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누렸다. 귀국 후 영파교회에서 사역하였고 지금은 강릉에서 선한 길벗들과 꾸준하게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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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22)

사진/김승범

  

꽃으로 피었으니
꽃으로 져야지
요란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는
걸음걸음들
다시 한 번 눈부시다

-<얘기마을> (199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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