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배의 '고전 속에서 찾는 지혜'13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이정배의 고전 속에서 찾는 지혜(4)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아주 늦은 시간, 서울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겨우 내려갈 때가 있다. 가로등도 드문드문한 한적한 밤길을 홀로 차를 운전하는 일은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심신이 지쳐 적적함이 극에 달할 때면 나를 멈춰 서게 하는 붉은 신호등이 반가울 때가 있다. 지나치는 이 아무도 없는 도로 한 복판 신호등의 멈춤 신호지만 어김없이 그의 지시를 따른다. 언젠가 동승했던 친구가 나의 그런 행동에 칭찬을 보낸 적이 있다. 당연한 행동을 했을 뿐인데 칭찬을 받은지라 내심 몹시 쑥스러워 했다. 실은 법과 규칙을 떠나 텅 빈 공간에 종일 서 있다가 나의 길을 간섭하려는 신호등이라는 존재와 이야기하고 싶어, 잠시 멈추어달라는 신호를 기쁜 마음으로 따른 것뿐이라는 걸.. 2017. 1. 30. 인생의 비밀 이정배의 고전 속에서 찾는 지혜(3) 인생의 비밀 어린 시절 선친의 직업 덕에 자주 이사를 다녔다. 거의 3년마다 전근을 다니셨기 때문에 한 곳에서 오랜 기간을 지낸 적이 없다. 덕분에 농촌과 어촌, 산촌과 도시의 생활을 드문드문 맛볼 수 있었다. 친구를 제대로 사귈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종종 불평을 했지만, 성장해서 돌이켜보면 그 또한 인생의 한 가르침이었기에 감사를 드린다. 공자는 한 나라에 또는 한 지역에만 머물러 지내지 않았다. 55세 즈음부터 태어난 노나라를 벗어나 온 중국을 제자들과 돌아다녔다. 소위 ‘천하주유’를 하면서 엄청난 거리를 다녔다. 여러 나라를 거쳤고 여러 일들을 겪었다. 모든 국가에서 공자를 반긴 것은 아니었다. 군주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을 때가 있는가 하면, 어떤 때는 하찮게.. 2017. 1. 18. 선생이 되려하지 말라 이정배의 고전 속에서 찾는 지혜(2) 선생이 되려하지 말라 시골 마을에서 선생은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습득한 사람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글을 모르는 노인들은 선생에게 가서 글을 묻기도 하고 심지어 편지를 써달라고 했다. 마을의 대소사를 결정해달라고 하거나 선거 즈음엔 정치에 대해 자문을 구하기도 하였다. 한 때 국가가 정부시책을 펼칠 인력이 부족하면 제일 먼저 교사들을 동원하기도 했다. 나의 외조부님은 인제읍내에서 내린천을 끼고 들어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 ‘귀둔’이란 동네의 훈장이셨다. 외가댁은 그곳에서 대대로 훈장으로 지내시면서 마을의 유지로 지냈다. 외조부님은 마을의 온갖 일에 관여하시면서 마을 아이들에게 한자와 한글을 가르치셨다. 덕분에 나도 어릴 적부터 외조부님으로부터.. 2017. 1. 11. 더불어 즐거움 이정배의 고전 속에서 찾는 지혜(1) 더불어 즐거움 종갓집 장손(長孫)이라는 이유로 어릴 때부터 사랑방에서 조부님과 단 둘이 겸상을 했다. 조부님이 일러주신 엄격한 격식에 따라 음식을 대해야만 했다. 숟가락과 젓가락 사용하는 방법에서 음식을 집는 법과 입속에 넣고 저작하는 방법까지 수십 가지의 식사 예절을 배우고 익혔다. 그러느라 정작 내가 먹고 있는 음식이 무슨 맛인지, 상 위에 놓인 음식 중에 어떤 것이 맛있는지를 생각할 겨를이 전혀 없었다. 안방에선 우리 두 사람을 제외한 모든 식구들이 모여 왁자지껄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마음으로 늘 안방에 모인 식구들을 부러워했다. 격식 없이 웃으며 즐겁게 식사하는 틈에 나도 끼고 싶다는 생각만 안개처럼 뽀얗게 일어났다. 때문에 철저하게 즐거움이 배제된 나의 식탁.. 2017. 1. 2.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