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의 '최후의 심판'6 <사랑하지 말아라>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이토록 힘든 일인 줄 몰랐습니다. 밑 빠진 둑에 물 붓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탓이 어디 있다고 보느냐?” “그야, 있다면 저한테 있겠지요.” “옳은 말이다만, 정직한 대답은 아니구나.” “……” “탓이 너한테 있다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은 무슨 말이냐? 네가 사랑하는 상대방이 밑 빠진 독 같아서 그래서 힘들다는 얘기 아니냐?” “그렇군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기가 어려운 까닭은 사랑받는 사람에게 있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있다. 그래서 ‘탓’이 너한테 있다는 말이 옳다고 한 것이다.” “제가 무엇을 잘못한 것입니까?” “잘못한 것 없다.” “그런데 왜 이토록 힘들지요?” “너는 사람을 사랑하려고 했다. 그걸 잘못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 “아니지요.” .. 2018. 4. 26. 존경하는 재판장 각하! 이현주의 최후의 심판(5) 존경하는 재판장 각하! 선진국도 아니요 선진국 아닌 것도 아니요 개도국(개발도상국)도 아니요 개도국 아닌 것도 아닌 아주 묘한 나라에서 대법원장을 역임한 사람이 최후의 심판대 앞에 섰습니다. 물론 판사의 자리가 아닌 피고의 자리지요. 다른 사람과 달리 피고석을 내려다만 보다가 자기가 피고석에 서서 판사석을 올려 다 보니까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그것 참! 평생 남을 재판만 할 줄 알았는데 마지막 판에 와서 이렇게 피고석에 서게 될 줄이야! 살아 잇을 적에 그걸 염두에 두었어야 하는 건데 그만 격무에 시달리다 보니 깜빡 잊었지 뭡니까? 잊은 건 댁의 사정이고 여기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에누리는 일체 사절이라 하는 수없이 대법관 나리께서도 최후의 판사이신 하나님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 2016. 7. 7. 위대한 종님 이현주의 최후의 심판(4) 위대한 종님 놀라운 신유(神癒)의 은사를 받아 숱한 환자를 고쳐 주던 목사님이 하나님의 심판대에 섰습니다. 죽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받고 절망 가운데 헤매던 환자들이 그 목사님에게 안수기도를 받고 다시 살아난 일도 있었습니다. 한 번은 죽은 지 여섯 시간이 지난 소녀를 소생시켰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는데, 사실은 헛소문이었습니다만, 사람들은 그 소문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었습니다. 그 목사님이라면 능히 그럴 수 있다고들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아무리 죽을병에 걸린 환자들을 고쳐주어도 사람들은 치료되는 숫자보다 더 많이, 더 빨리 병에 걸리고 그러다가 끝내는 죽고 말았습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그래서 놀라운 신유의 종님도 마침내 숨을 거두었던 것입니다. .. 2016. 5. 11. 당신이 누구요? 이현주의 최후의 심판(3) 당신이 누구요? 대개 불교에서는 스님의 불심(佛心)이 크다고 해서 큰 스님이라고 부릅니다만 기독교에서는 예배당이 크면 큰 목사가 되더군요. 아무튼지 간에 누가 뭐라고 해도 지상에서는 큰 목사로 유명자자 하던 목사님 한 분이 “때가 되어”(이 말처럼 무서운 말도 없습니다!)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높은 무대 위에 눈이 부셔서 쳐다볼 수도 없는 분이 앉아 계시는데 사람들이 줄을 지어 그분 앞에 한 사람씩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흠! 내가 설교 시간에 늘 말하던 그 모양 그대로구나!’ 목사님은 속으로 흐뭇했습니다. ‘이제 곧 내 차례가 되겠지!’ 목사님은 자기가 이룩한 찬란한 공적들을 하나님께 말씀드릴 순간을 생각하며 앞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한 일이지요.. 2016. 4. 21. 불공평한 하나님 이현주의 최후의 심판(2) 불공평한 하나님 하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참 착하게 살았구나. 아주 잘 했다. 굶주린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었고 헐벗은 사람에게 입을 것을 주었으며 슬퍼하는 사람에게는 위로를 주었으니 내가 주는 상을 받아라. 이제부터 너는 내 앞에서 내가 주는 맛있는 음식으로 배불리 먹고 하늘의 황홀한 음악을 즐기며 영원한 삶을 누리도록 하여라.” 그러자 사람이 대답했습니다. “황송무지로소이다. 생각컨데 저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굶주린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거나 헐벗은 사람에게 입을 것을 준 기억이 없습니다. 더구나 슬퍼하는 사람을 위로하다니요, 결코 그런 적이 없습니다. 아마도 하나님께서 사람을 잘못 보신 게 아니신지요. 황송하옵니다.” “아니다. 내가 어.. 2016. 4. 5. 하나님 맙소사! 이현주의 최후의 심판(1) 하나님 맙소사! 세상에는 참 공교로운 일이 많은지라 어느 날 사장과 비서와 운전기사가 함께 최후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셋이 차를 타고 가다가 벼랑에 굴러서 함께 죽었던 것입니다. 최후의 심판이 아주 까마득한 미래의 어느 날엔가 있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죽는 날, 그 날이 바로 최후의 심판날이기 때문입니다. 그건 그렇고, 어쨌든 이 세 사람은 누구 때문에 죽게 된 것이냐를 따질 겨를도 없이 그야말로 졸지에 세상을 떠나 엉겁결에 심판대 앞에 섰습니다. 미켈란젤로 '최후의 심판' 최후의 심판관이신 하나님께서 먼저 사장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떠냐? 이렇게 갑자기 이리로 오게 될 줄은 몰랐지?” “예. 몰랐습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몇 가지 정리를 해 놓았을 텐데.. 2016. 3. 2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