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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구도행위 이길용의 '종교로 읽는 한국사회'(4) 공부는 구도행위 영생의 교리도 준비되었다. 그리고 그걸 확증할 수 있는 종교적 의례(제사)도 구비되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구도의 길일 것이다. 다시 꼼꼼하게 문제를 정리해보자. 유교에서 말하는 구원은 가족의 영생이다. 매우 상식적인 문제풀이다.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지만, 가족 단위로 가게 되면 존속의 가능성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문 차원에서 생육하여 번성해야 한다. 이건 생활이 아니라, 종교요 신앙의 문제가 된다. 왜냐하면 그래야 영생하는 거니까. 참으로 간단하고 명료한 해결책이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생육하고 번성할 수 있을까? 이 역시 어려울 것이 없다. 생존의 가능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보다 좋은 삶의 환경을 구축하면 되기 때문.. 2015. 1. 19.
그대 영혼의 수심(水深)은?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4) 그대 영혼의 수심(水深)은? * 영원한 현재를 살라 하나님은 영원한 현재 속에 계십니다. 영이 매순간 영원한 현재 속에서 하나님과 하나가 되기만 한다면, 사람들은 절대로 늙지 않을 것입니다. 아주 오랜 옛날, 세 젊은이가 있었다. 둘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고, 하나는 아직 수태조차 되지 않았다. 지독한 가난의 고통에 시달리게 된 그들은 ‘공허’(空虛)라는 도시를 아주 떠나기로 작정했다. 긴 여행 중에 피곤에 지친 그들은 세 그루의 나무 그늘에서 쉬게 되었는데, 그 중에 두 그루는 흙에 심겨진 적이 없었고, 한 그루는 아직 싹도 나지 않았다. 그 나무 그늘에서 쉬면서 나무에 달린 열매를 먹고 기운을 차린 그들은 다시 길을 걸어 세 개의 강가에 이르렀으.. 2015. 1. 18.
살고 싶다 누이여 한희철의 두런두런(21) 살고 싶다 누이여 창립예배를 드리는 날이다. 수원에서 원주행 새벽 버스를 탔다. 3월 25일, 봄이라면 봄일 수 있지만 차창엔 성에가 번져 있었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무 것도 짐작할 수 없는 길, 성에에 가려 보이지 않는 세상과 닮았다 싶었다. 창밖 풍경 보려고 입김을 불어 창을 닦을 때 문득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황동규의 시 한 구절이었다. ‘熱河日記’ 어디쯤이었을 것이다. “살고 싶다 누이여, 하나의 피해자로라도.” 왜 그랬을까, 낡은 레코드판이 같은 자리에서 튀듯 같은 생각이 이어졌다. 단강행 원주에서 이정송 감리사님을 만나 감리사님 차를 타고 단강으로 들어간다. 예배당이 없던 한 마을에서 창립예배를 드리는 날, 목회의 첫 걸음을 내딛는 전도사가 처음으로 .. 2015. 1. 17.
벽에 소변 보는 자 민영진의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3) 벽에 소변 보는 자 좀 지저분한 말이 되어 주저스럽지만, 서서 오줌누는 이들 때문에 벽들이 애꿎은 수난을 당한다. 벽에다 대고 함부로 소변을 보는 것은 남자하고 개뿐이다. 아직도 서울의 으슥한 골목길 벽은 남자들의 공중 화장실이 되기 십상이다. 소변금지를 알리는 구호도 갖가지다. 어떤 곳에는 가위를 그려놓고 위협을 주기도 하고, 어떤 곳에는 “개 이외는 여기에 소변을 보지 마시오”라고 써서 주정뱅이 오줌싸개들을 개로 깎아 내리기도 한다. 그래도 노상방뇨는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또 이런 것은 동서와 고금을 가리지 않는 것 같다. 히브리어에서 사내를 경멸하여 일컬을 때 “벽에다 대고 오줌 누는 놈”이라고 한다. 즉 “서서 오줌 누는 놈”이란 말이다. ‘남자’나 .. 2015. 1. 17.
마종기의 '우화의 강'에 붙여 한종호의 너른 마당(5) 마종기의 '우화의 강'에 붙여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 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 2015. 1. 16.
“이런 죄를 범한 여자는…” 성염의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4) “이런 죄를 범한 여자는…” “우리의 모세 법에는 이런 죄를 범한 여자는 돌로 쳐죽이라고 하였는데 선생님 생각은 어떻습니까?”(요한복음 8:l-11) 여자는 철들기 시작하면 사내의 눈이 자신의 몸 어디에 머무는지 안다. 자신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다정한 시선이 있고, 끈적끈적한 시선으로 훑어 내리는 탐욕이 있다. 잠자리에서 끌려 온 여자 하나를 먹이 보듯이 구경하고 둘러서서 '선생님'의 눈길과 태도를 히죽거리며 지켜보는 군상을 상대로 예수께서는 한없는 혐오감을 누르실 길 없었다. “우리의 모세 법에는….” 기실 법이란 주로 강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무기로 사용되기 마련이다. 더구나 지금은 의인에게 올가미를 씌울 구실일 뿐이다.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여자가 잡혀 왔는데 사내.. 2015. 1. 15.
우리를 뛰어 넘는 하나님의 생각 한희철의 '무릎 꿇고 손가락으로 읽는 예레미야'(2) 우리를 뛰어 넘는 하나님의 생각 “여호와의 말씀이 내게 임(臨)하니라 이르시되 내가 너를 복중(腹中)에 짓기 전(前)에 너를 알았고 네가 태(胎)에서 나오기 전(前)에 너를 구별(區別)하였고 너를 열방(列邦)의 선지자(先知者)로 세웠노라 하시기로”(예레미야 1:4-5). 예레미야를 부르시며 하나님은 예레미야에게 말씀하신다. 나는 너를 오래 전부터 알았다고.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전부터.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생각은 하나님을 알게 된 뒤부터 시작되지만,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생각은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때부터 시작이 된다. 하나님은 예레미야가 그의 어머니 태중에 생기기도 전부터 아셨다. 말을 할 줄 알고, 생각을 할 줄 알고, 하나님을 믿기 시작.. 2015. 1. 14.
선악과, 하느님의 갑질? 곽건용의 짭쪼름한 구약 이야기(3) 선악과, 하느님의 갑질? “이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는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따 먹어라.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만은 따 먹지 말아라. 그것을 따 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는다.”(창세기 2:16-17 공동번역) “You may freely eat of every tree of the garden; but of the tree of the knowledge of good and evil you shall not eat, for in the day that you eat of it you shall die.” (같은 곳, RSV) 1. 선악과 얘기를 설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성서학자들이 땀과 에너지를 쏟아 부었을까? 얼마나 많은 종이와 잉크가 쓰였을까? 헤아.. 2015. 1. 14.
누가 38선을 그었는가 김삼웅의 광복 70주년, 역사 키워드 70(3) 누가 38선을 그었는가 한민족은 918년 왕건이 삼한을 통합한 이래 1,000년 이상을 통일된 민족국가로서 영광과 고난을 함께해왔다. 그 사이에 몽골의 전란, 왜구침범, 임진ㆍ정유재란 7년 전쟁, 정묘ㆍ병자호란의 치욕, 망국ㆍ식민지를 함께 겪었다. 우리 민족은 오랜 고난의 역사를 살아오면서 거듭되는 외세의 침략에 맞서 항상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해왔다. 외세의 침략은 군사ㆍ정지ㆍ경제ㆍ문화ㆍ종교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나타났지만, 외압에 눌리면서도 결코 그들에 동화되는 것을 거부하였다. 주변의 강자였던 말갈ㆍ흉노ㆍ여진ㆍ만주ㆍ몽골족 등의 행방을 살펴보면 한민족이 얼마나 강인하고, 그리고 민족적 정체성을 지켜왔는가를 이해하게 된다. 우리는 고대 부족국가 형성기에 중.. 2015.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