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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신년(1) 최명덕의 유대인 이야기(1) 유대인의 신년(1) 정통파 유대인들은 유대 달력으로 일곱째 달인 ‘티슈리’월의 첫째 날과 둘째 날을 신년으로 지킨다. 개혁파 유대인들은 첫째 날만을 신년으로 지킨다. 유대력의 티슈리월은 태양력의 9월 말이나 10월 초의 가을에 해당한다. ‘로쉬 하샤나’라고 알려진 유대인의 신년은 두 가지 성격을 지니고 있다. 첫째로, 이날은 ‘심판의 날’(욤 하딘)이다. 하나님 앞에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날이다. 지난해 동안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잘못된 것은 없었는지, 사람과의 관계에서 고칠 것은 없었는지 스스로를 살펴보면서 우선은 하나님과, 다음으로는 사람과 화해하는 날이다. 둘째로는, 하나님의 창조를 기억하는 날이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이날을 ‘욤 하라트 올람’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 2015. 1. 1.
경을 치다 천정근의 어디로 가시나이까(1) 경을 치다 ‘경을 친다’는 말은 종을 치듯 정신이 깨지도록 혼쭐을 낸다는 의미가 담긴 상징적 언술로 들리지만 실제 현실을 가리키는 말이다. 경형(黥刑)은 죄인의 이마나 얼굴에 먹줄로 글씨를 새겨 넣는 형벌이다. 종이 위에 매난국죽을 치듯 얼굴에 먹물을 들이기 때문에 ‘친다’고 쓴다. 문신을 새겨 죄인 됨을 공개하는 것은 머리를 베거나 목을 매달거나 신체의 일부를 절단하는 형벌 보다는 가벼울지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경형이란 경을 친 다음 그 때부터 형벌의 목적이 발효되는 진정한 상징적 언술이 된다. 이마에 각인된 주홍(검은)글씨는 죄인의 일생을 두고 경을 친 의미를 확인시켜줄 것이다. 나는 왜 이 시점에 꼭 ‘경을 칠 놈’이 아니라 ‘경을 칠 년’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다.. 2015. 1. 1.
180초 지강유철의 음악 정담(1) 180초 광화문에 있는 예술전용극장 시네큐브에서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일입니다. 광고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바로 영화가 시작되더군요. 중학교 때 단체 관람으로 극장을 드나들기 시작한 후로 이제까지 광고 없이 영화가 시작되는 걸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건 뭐지?” 했습니다. 더 놀라운 일은 영화가 끝났을 때였습니다.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단 한 사람도 일어나 나가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일이 가능하나” 싶더군요. 영화 시작과 끝에 일어났던 이 두 차례의 경험은 그날 본 영화만큼이나 또렷하게 제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2010년 여름 스위스 루체른에 있는 문화컨벤션센터 콘서트홀에서는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하는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말러 교향곡 9번 .. 2015. 1. 1.
쿨하게 종교읽기 이길용의 종교로 읽는 한국 사회(1) 쿨하게 종교읽기 나는 종교학자이다. 그러다보니 만나는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이들로부터 종교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된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이 그리 편치는 않은데, 그 이유는 질문을 던지는 많은 이들이 보이는 마음가짐과 자세 때문이다. 종교학은 가급적 있는 그대로의 종교를 이해하고자 객관적 자세를 유지하는 경험학문이다. 따라서 종교학에 몸담고 있는 이들은 가급적 종교를 ‘읽으려’하지, 그것을 ‘전’하거나 그들 사이의 ‘우열을 논’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종교학자들이 만나게 되는 많은 질문은 후자인 경우가 많다. “어떤 종교가 진짜이냐?” “어떤 종교의 가르침이 가장 높으냐?” 등등. 특히 한국사회에서 이런 성향은 도드라진다. 서구사회만 하더라도 종교학적 논.. 2015. 1. 1.
우물가의 빈 물동이 성염의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1) 우물가의 빈 물동이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속에서 샘물처럼 솟아올라 영원히 살게 할 것이다”(요한복음 4:5-42). 때는 이미 정오 가까이와 있었다. 뙤약볕이 이글거리는 시각에 물을 길으러 오는 여자라면 늦잠을 자는 어지간한 게으름뱅이거나, 시원한 아침과 저녁에 물을 기르는 여염집 여자들한테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입방아에 오르는 그런 여자임에 틀림이 없다. “선생님도 체면 좀 차리시지. 그래, 남녀 내외하는 세상에 여자한테, 그것도 술집 여자한테 천연덕스럽게 말을 거실 게 뭐람. 옷차림이나 화장을 보시면 몰라요?” 우리 비위를 몹시 상하게 한다는 것을 아시면서도 주님은 그 여자와 이야기를 시작하신다. “물 좀 주시오.” 한 여인의, 운명의 실타래가 풀려나기 시작한다.. 2015. 1. 1.
새해 기도 하나님, 선한이여 이 땅을 불쌍히 여기소서. 어지신 분이여, 우리 죄를 없애주소서. 허물을 말끔히 씻어주시고 깨끗한 마음을 새로 지어주시고 꿋꿋한 뜻을 새로 세워주소서. 그리하여 이 땅에 사랑과 진실이 눈을 맞추며 땅에서는 진실이 돋아나고 하늘에선 정의가 굽어보게 하소서. 그리하면 정의가 당신 앞을 걸어나가고 평화가 그 발자취를 따라 가리이다. (시편 51:1-2, 10: 85:10-13) 2015. 1. 1.
“놈”과 “아들” 민영진의 히브리어에서 우리말로(1) “놈”과 “아들” 옛날 사람들은 “보통 사람”을 일컬어 “놈”이라 했다. 자식을 귀엽게 이를 때도 “저 놈이 제 아들입니다”라고 하여 “놈”을 썼다. 그래서 오래된 한자 자전 옥편(玉篇)에도 “者”를 “놈 자”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양을 치는 목자(牧者)나 교인을 돌보는 목회(牧會者) 등에서 보듯이 직업 뒤에 붙는 “놈 자(者)”에 대해 별로 거부감이 없었다. 얼마 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가 추가 공개한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에 정씨가 이 의원(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을 “근본도 없는 놈”이라고 비하한 표현에 대해 메모를 적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이 의원은 “저 보고 근본 없는 놈이라는 말이 있더군요. 맞는 말인지 모릅니다. 호남 .. 2015. 1. 1.
정말 성서를 이렇게 읽어도 될까? 그럼, 되고말고! 그렇게 읽어야 해! 곽건용의 짭쪼름한 구약 이야기(1) 정말 성서를 이렇게 읽어도 될까? 그럼, 되고말고! 그렇게 읽어야 해! 1. 구약성서를 읽을 때나 그것에 관한 글을 쓸 때 회피할 수 없는 질문은 하느님의 말씀이라고 그것이 전하는 말씀이 정말 하느님이 직접 하신 말씀인가 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하느님에 ‘대해서’ 한 말이나 쓴 서술도 그 성격을 진지하게 따져야겠지만 그보다 더 중차대한 문제는 하느님이 직접 하신 말씀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이다. 곧 하느님이 “나는 이러저러하다.”고 일인칭으로 말씀한 것, 그중에서도 자신에 대해 하신 말씀들을 과연 글자 그대로 하느님의 직접적인 진술로 이해해야 하는가 말이다. 이 문제를 왜 구약학자들이 따져 묻지 않았겠는가. 그랬다. 적어도 구약성서를 역사적, 문학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1.. 2015. 1. 1.
하나님은 집에 계시건만 우리는 외출 중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 하는 ‘안으로의 여행’(1) 하나님은 집에 계시건만 우리는 외출 중 * ‘안으로의 여행’을 떠나며 나는 이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하며 되도록 행낭을 가볍게 했습니다. 행낭에 넣은 짐은 단 두 가지, ‘명상방석’과 마이스터 엑카르트의 ‘설교집’. 이 세상에서의 삶이란 깨달음의 봉우리를 향한 여정 위에 있는 베이스캠프와도 같은데, 부득불 시간의 짐이나 공기, 물 같은 필수품을 챙기지 않을 수 없는 이 지구별 여행이 홀가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티베트의 차마고도(茶馬古道)보다 아득하고 묘묘한, 그 ‘안으로의 여행’에서 나는 내내 마이스터 엑카르트를 길동무로, 아니 나의 길잡이로 삼게 될 것입니다. 어두운 신성의 심연으로 내려가는 거친 길조차 마다하지 않았던 그의 오체투지.. 2015. 1. 1.